미국에서 ‘6피트(약 2m) 거리두기’가 사실상 사라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던 2020년 3월 시작된 지 2년5개월 만이다. 한국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무의미한 확진자 통계 발표를 중단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코로나19가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바뀐 만큼 다른 응급환자를 우선적으로 진료하는 방식으로 의료체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1일(현지시간) 새로운 코로나19 예방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 따라 미국에선 코로나19 전파 차단을 위한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확진자와 만난 밀접접촉자도 증상이 없다면 별다른 격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미국은 학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시행하던 코로나19 검사도 중단한다. 정기 검사와 접촉자 추적이 필요한 곳은 고위험군이 모여 있는 병원, 요양원 등으로 한정한다.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받아야 하고 확진자는 최소 5일간 집에 머물러야 한다. 확진자는 10일간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레타 마세티 CDC 현장역학·예방과장은 “코로나19의 최근 유행 상황은 2년 전과 다르다”며 “면역을 가진 사람이 늘면서 코로나19 중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를 보호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중심축이 일상 회복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응급실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모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의미 없는 확진자 수 카운트를 중단하고, 코로나19 환자를 결핵, 수두 환자처럼 일반 병원에서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확진자를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취지다.
이들은 “누적 확진자가 국민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일별 확진자 수는 어떤 의미도 없다”며 “불필요한 방역 논쟁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확진자 수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에선 11일 12만8714명이 신규 확진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111만1840명이 됐다.
모든 의료 시스템이 코로나19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중증 응급환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단순 코피, 설사 증상을 호소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기 위해 119 지역 상황실 직원들이 밤새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 응급환자 진료 업무는 자연히 뒷순위로 밀린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방역당국이 현장 목소리를 듣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단순 발열 환자 진료 부담이 응급실에 집중되면 응급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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