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에 대한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가 부당하다'는 행정법원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상고 포기가 문책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고, 동일 쟁점으로 진행 중인 소송이나 제재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산업 전반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며 "지배구조법에 의한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실효적이고 일관성 있게 집행·운영하려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LF는 금리나 환율, 신용 등급 등을 기준으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의 채권 금리와 연동된 DLS와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2020년 1월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 통제를 부실하게 했다”며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는 중징계로 회장 연임, 금융권 취업 등에 제약을 준다. 이에 손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냈다.
작년 8월 1심 법원은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금감원 제재 사유 5건 중 4건을 위법하다고 보고 "적법한 사유 하나에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심 재판부는 1심이 손 회장 징계 사유로 봤던 것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과 같이 DLF 사태를 이유로 문책 경고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징계 불복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해 항소심이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1·2심, 하나은행 1심 등 해외금리연계 DLF 관련 하급심 판결 내용에 일부 엇갈린 부분이 있다"며 "대법원 최종 판결을 통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관한 법리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2심 재판부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은행장 제재가 가능한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지만, 우리은행 1심과 하나은행 1심은 이를 인정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또 우리은행 1심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제11조 제1항의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을 내부통제 기준의 실효성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우리은행 2심 및 하나은행 1심은 이에 대한 위반으로 내부통제가 실효성 없게 된 경우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처분 사유별 적법성에 대해서도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1심은 손 회장에 대한 5개 처분 사유 중 1개에 대해서만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2심은 1심이 징계사유로 인정된다고 봤던 징계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 1심은 10개 처분 사유 중 7개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금감원장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또 하나은행에 대한 처분 사유 2개는 우리은행 처분 사유와 유사한데도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