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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서 왕이 만난 박진…"화이부동으로 中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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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은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국은 자유와 평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 조화를 이루나 같아지지 않다)의 정신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익 관점에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유, 민주주의 등 가치 중심의 외교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칭다오의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열렸다. 두 장관은 1시간40분에 걸친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잇따라 했다. 두 장관이 만난 것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회담 이후 한 달 만이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이라는 회담 목적에 걸맞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두 장관은 뼈가 담긴 말을 주고받았다. 박 장관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양국이 상호 존중에 기반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협력적 한·중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편한 시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시 주석 초청 의사도 전달했다. 왕 장관은 한·중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완곡한 어법으로 의중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또한 윈윈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하고,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 장관이 ‘독립자주’와 ‘원활한 공급망’을 언급한 것은 한국의 ‘칩4(chip4)’ 가입 추진과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 공약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북한의 핵무장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전례 없는 위협’으로 정의하며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장관은 회담 후 만찬도 함께했다. 이날 회담이 열린 산둥성은 단일 성 기준으로 한국 교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박 장관 역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산둥대 명예교수를 지내는 등 산둥성과 인연이 있어 중국 측에서 회담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회담에 앞서 한국 기업인 및 공관장들과 화상간담회를 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이후 대중국 교역이 2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등 한·중 관계가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는 그간 중단됐던 중국 정부와의 협의 채널을 가동하는 등 우리 기업들을 꾸준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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