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암호화폐 루나(LUNC) 폭락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모기업이자 공동창립자 신현성 씨가 대표로 있는 다른 법인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실상 테라·루나와 관련된 거의 모든 국내 법인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사기뿐 아니라 탈세 등 관련 의혹을 폭넓게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지난 20일부터 압수수색한 대상지 15곳엔 테라폼랩스 모기업으로 알려진 E사가 포함됐다. E사는 커머스업체 티몬 이사회 의장인 신현성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테라폼랩스의 자회사이자 특수목적법인(SPC)인 F사 사무실과 같은 건물 및 같은 층에 위치해있다.
검찰은 테라폼랩스의 한국 지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K사의 김모 대표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K사 김 대표는 테라폼랩스 기술 파트 부사장을 지낸 개발자로, 테라 프로젝트 초기부터 합류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초 신 의장과 권 대표가 각각 간편결제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로 다른 길을 걷기로 했을 때 권 대표 측에 남아 '미러 프로토콜'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E사와 김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테라폼랩스 관계 법인들 사이 오고간 자금 흐름과 코인 개발 과정을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국세청은 지난해 6월 E사의 탈세 혐의를 포착, 특별 세무조사를 벌여 권 대표와 신 의장 등에 세금 500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자회사 F사도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들이 싱가포르 법인과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일랜드 법인 등과 함께 자금 통로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테라폼랩스 관리자급 개발자였던 김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코인 개발과 관련된 자료 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K사는 최근까지 테라폼랩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권 대표는 루나 폭락 직후 커뮤니티에 '테라 부활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핵심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회사로 K사를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지난 5월께 연합뉴스에 "더는 테라 소속이 아니며 코인 개발 과정에 관여한 적 없다. 검찰 조사로 많은 사실이 확인될 것"이라며 테라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가상자산 거래소 7곳과 신 의장의 차이코퍼레이션·자택, K사, 테라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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