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도급노조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불어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7000억원대 손실을 본 이 회사는 손실폭이 조만간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빠듯한 운영자금 상황을 고려할 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혈세가 들어가는 것이다.
19일 기준 7100억원대 피해
19일 정부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일 시작된 하도급노조 파업으로 총 713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하도급노조가 지난달 22일부터 경남 거제 아주동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 건조공간)를 점거하면서 선박 건조 작업 지연으로 5700억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했다. 이 기간 인건비·운영자금 등 고정비 손실은 13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올해 10~11월 선주에 넘겨줄 예정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 척의 인도가 늦춰지면 지연배상금 명목으로 130억원을 매달 내야 한다.배상금과는 별도로 대우조선해양의 신뢰도 훼손도 불가피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체들의 납기 준수율은 그동안 100%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번 VLCC 한 척의 납기 지연이 확실시되면서 이 같은 최고 수준의 납기 준수율 수성은 힘들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도 파업으로 하루 260억원의 매출 손실과 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파업이 이어지면 손실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
내년 초 유동성 우려 커질 수도
대우조선해양은 적자를 이어오면서 재무구조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쌓이면서 3월 말 부채비율은 523.16%로 전년 말보다 144.12%포인트 치솟았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5000억원대 손실로 추산된다. 이번 파업손실 피해까지 반영하면 영업손실 폭은 6000억~9000억원으로 커진다.지난 3월 말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4413억원이다. 하지만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7280억원이다. 이 차입금을 모두 차환한다고 해도 운전자금 등으로 돈이 필요해 ‘자금 줄타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올초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만큼 자금지원 창구도 막혔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55.7%)을 대상으로 증자나 대출을 받아야 연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이어져도 이번 파업 충격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살아날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제기 않을 땐 경영진 배임
대우조선해양 하도급노조와 협력사(하도급업체) 대표, 원청 노조, 원청 임직원 등은 이날도 옥포조선소에서 4자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에 협상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하도급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등에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소를 제기하지 말 것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급노조 요구대로 합의하면 이 회사 경영진은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도급노조는 또 기존 임금 30% 인상에서 한발 물러선 임금 10%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익환/거제=김해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