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는 지난 3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빅사이즈 패션 플랫폼 공구우먼이다. 상장 후 3개월 만에 주가가 10배 이상 올라 시가총액(6일 종가기준 8460억원)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7340억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매출 500억원이 채 안 되는데도 작년 매출이 1조6000억여원에 달하는 미국 빅사이즈 쇼핑몰 토리드의 시총(6219억원)보다 높아졌다.
무상증자로 시총 1조원 달성
6일 코스닥시장에서 공구우먼은 6350원(14.84%) 내린 3만654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큰 폭의 조정을 받긴 했지만, 공구우먼 주가는 상장 첫날(3월23일 종가 3337원)보다 10.9배 뛰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배경엔 지난달 14일 단행한 무상증자가 자리잡고 있다. 공구우먼은 이날 구주 1주당 신주 5주를 발행하는 무상증자를 시행했다. 무상증자 권리락 시행 첫날인 지난달 29일부터는 4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치솟기도 했다.
무상증자는 대가를 받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나눠주는 것이다. 주식을 발행하고 난 뒤 초과금액(주식발행초과금)을 배당과 같은 성격으로 주주들에게 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기업의 재무가 양호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틈새시장 겨냥한 비즈니스모델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공구우먼에 이런 주가 상승세를 정당화할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구우먼은 최근 수년간 패션업계 내에서도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모델로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공구우먼은 66사이즈 이상 ‘빅사이즈 의류’를 전문적으로 판매한다. 시장에서 빅사이즈 의류에 대한 수요는 꾸준이 있었지만, 2006년 공구우먼 설립 전까지만하더라도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은 없었다. 몸집이 큰 소비자들은 서울 이태원의 빅사이즈 전문 소매점에 들르거나 해외사이트에서 빅사이즈 의류를 사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해준 게 공구우먼이다. 이 회사는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을 통해 빅사이즈 의류를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D2C 방식의 e커머스는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을 거치지 않아 수수료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이키도 D2C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공구우먼은 2019년 TS인베스트먼트으로부터 147억원의 투자를 받고, 개그우먼 김민경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인지도를 키웠다.
경쟁 버틸 수 있을까
작년 매출 473억으로, 전년 대비 44.6% 불어날 정도로 성장세도 빠르다. 문제는 ‘장사가 된다’는 소문이 나자 비슷한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는 점이다.지난해 456억원의 매출을 올린 66걸스를 비롯해 핫핑(지난해 매출 485억), 제이스타일(359억원), 리리앤코(331억), 라일론(199억) 등 경쟁자가 즐비해졌다. 최근엔 블랙더핏, 하비언니, 오키로 등 체형이 큰 소비자를 겨냥한 제조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빅 사이즈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데 맞춰 제작해야할 사이즈가 함께 증가하는 것도 공구우먼이 넘어야할 ‘허들’이다. 미국 패션기업 올드네이비가 ‘보디 포지티브’(자기 몸 긍정주의)와 ‘탈코르셋 운동’ 확산을 계기로 빅 사이즈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불어나는 소비자들에게 의류를 제 때 공급하는데 실패한 사례도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빅사이즈 의류가 유행하면서 관련 쇼핑몰이 너무 많이 생겼다”며 “유행이 지나면 수요도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