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하루 새 5% 넘게 등락을 반복할 정도로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에 이어 채굴자들까지 공포에 질려 비트코인을 내다 팔면서 거래량이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작은 충격에도 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커진 등락폭에 강제 청산되는 비트코인 선물도 급증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이 아직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신뢰를 얻지 못한 만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금리가 고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말까지는 장기 보유할 투자자만 적립식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크립토윈터 왔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가 집계한 1만3389종의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작년 11월 9일 3조691억달러에서 8981억달러(이달 1일 오전 9시 기준)로 급감하면서 2조달러 넘게 증발했다. 비트코인도 1조2787억달러에서 4017억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더리움 역시 같은 기간 5716억달러에서 1405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비트코인이 2만달러 선까지 무너지면서 장기 보유해오던 호들러나 채굴자들도 매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지난달 13~19일 하루 평균 4710개의 비트코인(약 1300억원)을 ‘커스터디 지갑’에서 거래소로 보냈다.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이 같은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한결 고팍스 사업기획실장은 “최근 주식에서도 기술주 위주로 하락하는 건 그동안 너무 많은 돈이 유입된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비트코인도 당분간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금리 인상 종료·반감기는 호재
언제쯤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금리가 고점에 달하는 시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10년 만기와 2년 만기 미국 국채의 스프레드가 0.1%포인트 미만으로 크게 축소됐고, 5년 만기와 2년 만기 스프레드도 0.2%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졌다”며 “역사적으로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 Fed의 금리 인상은 종료됐다”고 말했다. 국채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움직임을 고려하면 Fed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즉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분할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내년 말이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4년 주기 반감기가 2024년 5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반감기부터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조금씩 오르는 패턴이 반복된다”며 “금리가 내년 말 고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리 인하와 반감기가 맞물리는 내년 하반기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전까지는 저점인 2만달러 안팎에 머무를 것이란 분석이다.
가용 투자금을 고려해 내년까지 꾸준하게 이어갈 수만 있다면 적립식 투자도 나쁘지 않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 실장은 “매수 시점을 잡지 못할 때 유효한 전략이 적립식 투자”라며 “내년 말까지 꾸준하게 매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당장의 트레이딩보다는 5년 이상 보유한다는 각오로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알트코인 투자 시총부터 살펴라”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디파이에서 암호화폐 매매 수단으로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아직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 실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을 교란한다는 비판도 있다”며 “국경 없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자금세탁 이슈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제 방식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알트코인은 암호화폐의 시가총액과 지분 구조, 개발자의 신용, 커뮤니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정 센터장은 “시가총액 1억달러 이하, 보유량이 특정 집단에 과도하게 집중(40%)된 알트코인은 가급적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