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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통하면 세금 안내도 된다?…'조세회피 꼼수' 막는다 [입법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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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0.5%→10.2%→10.0%’

일반적으로 국내 거주자나 기업이 해외 거주자나 외국기업에 로열티(사용료)·이자·배당 등(수동소득)을 지급한 경우 해외 거주자·기업은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정부에 직접 세금을 납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수동소득을 지급하는 국내 거주자·기업은 세금을 우선 떼고(원천징수) 나머지를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수동소득 대비 실제 거둔 세액을 뜻하는 실효세율은 위 숫자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최근 하향세가 뚜렷하다.

2017년 수동소득 총지급액(원천징수 신고액 기준)이 48조3000억원, 원천징수 세액은 5조2000억원으로 실효세율은 10.7%였다. 2020년 수동소득 총지급액은 54조8000억원으로 3년 전보다 13.5% 늘었지만 세액은 5조5000억원으로 5.8%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효세율은 10.0%로 낮아졌다.


정치권에서는 해외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들이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원천징수를 회피하는 꼼수를 부려 실효세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본다.

예컨대 미국 영화제작사인 P사의 경우 한국에서 지급하는 영화 판권료 등 로열티가 헝가리법인을 경유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헝가리 자회사에 영화 지적재산권(IP)을 넘겨서 자회사가 로열티를 수령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P사는 한국으로부터 받은 로열티에 따르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이는 한국과 헝가리 사이 맺어진 독특한 조세조약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헝가리 조세조약은 영화 등 콘텐츠 로열티에 대한 과세는 지급자(한국)가 아닌 수취자(헝가리) 소재국에서만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P사처럼 헝가리에 일종의 중간법인을 ‘도관회사’로 세울 경우 아무리 실질 수취자가 미국 등지에 소재한 본사라도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관련 법적 분쟁도 잇따랐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CJ ENM이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국세청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CJ ENM이 미국 콘텐츠기업의 헝가리 소재 자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세금을 원천징수하지 않은 것은 조세조약에 따라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반해 당초 1·2심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었다.

LG전자 역시 헝가리 소재 외국법인에 특허권 로열티를 지급한 것과 관련해 과세당국과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대지 당시 국세청장을 향해 “수동소득이 국가 간의 조세조약 혜택을 악용해서 국내 과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많이 제기된다”며 “이것데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제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해 국감에서 정 의원 질의에 “제대로 과세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국세청하고 같이 긴밀하게 협력해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세회피 꼼수를 차단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활동도 시작됐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 4월 27일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안은 P사 사례처럼 조세회피처를 활용한 원천징수 회피를 차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우선 원천징수 의무자인 국내 소재 수동소득 지급자(거주자, 법인 등)에 보완요구권을 부여했다. 국내 지급자 스스로 외국법인이 수동소득의 실질 귀속자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일종의 자료제출 요구권을 부여한 것이다.

외국법인에 대한 과세가 용이하도록 경정청구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조항도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외국법인들이 원천징수 과세가 부당하다며 경정을 청구한 경우 과세의 정당성을 국세청이 직접 입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정 의원안에는 “청구인이 보정 요구에 따른 제출기한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거짓된 자료를 제출한 경우 원천징수는 적법한 것으로 보아 경정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국세청이 경정청구를 받았더라도 입증책임을 진 외국법인이 자료 제출 등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경우 원래 과세처분을 그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정성호 의원은 “입법을 고민하면서 다국적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에는 가급적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국내 기업에는 자료제출 요구권 이외에 세법상 의무를 추가적으로 지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기업이 우리 과세당국에 경정청구를 하는 것에 대해선 서류를 불성실하게 제출하거나 거짓된 서류를 제출한 경우 원천징수한 세액을 돌려주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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