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뉴욕증시 개장 전 선물지수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자 수직 낙하했다. 5월 물가는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승 속도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미 중앙은행(Fed)이 14~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도 높은 긴축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6월에 ‘자이언트스텝’ 밟나
5월 미국 CPI는 1년 전보다 8.6%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인 8.2%보다 높았고 지난 4월(8.3%)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시장 참가자들이 단기 정점으로 믿어온 3월의 8.5%를 넘어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도 갤런당 5.004달러로 5달러를 돌파했다.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흔들리자 긴축 강도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바클레이스와 제프리스는 6월 FOMC에서 Fed가 금리를 75b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바클레이스는 “물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거의 없기 때문에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네타 마르코스카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는 “5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Fed가 전면적인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도록 만들 ‘게임 체인저’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6월에 금리를 75bp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아직까진 6월에 50bp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Fed가 6월에 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을 96.4%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주요 투자은행(IB)도 6월 FOMC에서 금리를 50bp 인상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자이언트스텝을 거론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Fed가 6월 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향후에 금리를 75bp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커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6월 이후 FOMC 전망을 수정하는 곳도 적지 않다. 6월 FOMC에서 나올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것)에서 Fed 인사들이 금리 전망을 상향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골드만삭스는 “6월과 7월뿐만 아니라 9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기존 전망보다 더 크게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9월 FOMC 때는 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9월에도 50bp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JP모간은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1.875%에서 연 2.625%로 대폭 올렸다.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미시간대가 10일 공개한 6월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50.2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월가 예상치인 58.5를 밑돌았고 지난달(58.4)보다 14% 급락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교수는 “소비자 46%가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를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이는 1981년 불황 이후 가장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1998년 9월(9.3%) 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1%에서 2.9%로 내리면서 “많은 나라가 올해 경기 후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