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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234억·이대 -138억…14년 묶인 등록금에 사립대 80%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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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사립대학 10곳 중 8곳이 지난해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로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인건비 임차료 등 비용만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방대학들이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미래 핵심 인재를 배출해야 할 서울 주요 대학의 경쟁력마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금 14년째 동결…비용만 눈덩이
8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주요 사립대 10곳의 2021학년도(2021년 3월~2022년 2월) 회계결산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국어대 등 8곳이 재무제표상 운영차액(운영수익-운영비용)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적자 대학은 6곳이었다.

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운영수익은 총 4조4885억원으로 전년(4조4521억원)과 거의 같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연구비·관리비 등 운영비용이 늘어나 대다수 대학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운영계산서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고려대는 연구비가 317억원으로 전년과 같았지만 교직원 보수, 복리후생비 등 운영비용이 약 140억원 증가하면서 적자전환(-234억원)했다. 기업으로 치면 연구개발(R&D) 규모는 그대로인데 인건비·원재료값 등만 늘어난 격이다.

대학 재정자립 능력을 의미하는 ‘등록금 의존도(등록금/운영수익)’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강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75.7%에 달했고 경희대(69.8%), 한국외대(69.6%), 한양대(69.6%)도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원을 감축하면 재정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계에선 일반적으로 등록금 의존도 70% 이상을 ‘위험 수준’이라고 본다.

국내 대학들은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지 않아 운영수익 상당 부분을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돼 사립대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다.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2010년 751만4000원이었는데 지난해에도 752만3700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은 25.5%에 달했다.
○‘사업 부자’ 연세대, 운영수익 1위
대학 간 ‘재정 양극화’도 뚜렷했다. 연세대는 작년 9108억원의 운영수익을 올려 국내 사립대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6350억원을 벌어들인 고려대였으며 한양대(5155억원), 성균관대(4831억원), 경희대(4458억원)가 뒤를 이었다.

연세대는 의료사업(세브란스병원), 유가공업(연세우유), 부동산 임대 등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여 전입 및 기부금 수입만 3838억원에 달했다. 서강대의 15배, 한국외대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수익을 다각화한 덕분에 연세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46.8%로 가장 낮았다.

‘문과 위주 대학’들은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국고보조금이 이공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작년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69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한국외대는 384억원을 받는 데 그쳤다.

대학들의 재정 위기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학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인력 채용을 취소하거나, 기자재 구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공을 개설하면 기업에서 전문가를 데려와야 하는데 현재 교수 연봉으로는 이를 맞출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그동안 대학들이 활용하지 못했던 토지나 건물 등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립대는 더 버티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해 있다”며 “정원 규제와 등록금 규제가 계속된다면 대학의 자율은 크게 훼손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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