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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핏빛 현수막…"기업인 고통은 누가 알아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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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 대문 앞에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대형 천막이 쳐져 있었다. 천막 곳곳에는 ‘이재용 응답하라’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부회장 이름 석 자만 빨간색으로 쓴 게 눈에 들어왔다. 천막 안에선 시위대 2명이 선풍기를 쐬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이 부회장 자택 앞에 이런 광경이 펼쳐진 것은 지난 4월 13일부터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직원인 이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5일 기준 54일째다. 4월 말부터는 철야 노숙 집회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가회동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는 주가 하락에 불만을 품은 한화그룹 소액주주모임과 한국투자자연합회가 ‘승계 친화적 기업’이라며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14일과 15일, 28일 이미 세 차례 집회를 열었다. 올초에는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서울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도 ‘단골 시위 장소’로 꼽힌다. 1인 시위는 기본이고, 임금 협상 시기에는 시위대가 ‘떼’로 몰려든다. 경제계 관계자는 “천막이나 현수막이 있으면 근처에 백발백중 대기업 총수가 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은 불편을 호소하며 경찰, 구청 등에 민원을 넣지만 좀처럼 바뀌는 것은 없다. 기업 차원에서도 속은 타들어가지만 마땅히 취할 조치도 별로 없다.

집회 수위가 높아지면서 신변 위협의 공포까지 느낀다는 기업인도 있다. 유튜브, 블로그 등에 대기업 주요 총수의 자택 주소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시위를 유도하는 ‘꾼’들 탓이다.

집 앞 시위대를 마주한 기업인들은 속만 끓이고 있다. 한 창업주는 “대부분 회사 직원인 시위대를 상대로 강경 대응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업인이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하기엔 강도가 너무 세져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고 했다.

다른 기업인은 국회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시위를 계기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걸 보면서 씁쓸해했다. “뒤늦게나마 시위로 인한 고통이 조명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각종 시위에 시달려온 기업인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요.” 어느 기업인의 푸념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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