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화물연대
화물연대는 총파업 철회 조건으로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 운임제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유가 급등에 대한 대책 마련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와 1차 교섭을 한 김태영 화물연대본부 수석부위원장은 “물가 인상, 경유 가격 폭등으로 화물노동자의 경제적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와 제도 확대 약속을 받을 때까지 무기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화물연대는 파업 명분으로 ‘화물차주들의 생존권 및 국민의 안전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선 비노조 차주들 사이에서는 화물연대의 투쟁을 두고 “누가 누구랑 연대한다는 말인가”라는 비판이 거세다.
업계에서는 화물연대 구성이 특수 업종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만여 명으로 구성된 화물연대 구성원의 80%가량은 시멘트·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량을 운송한다. 시멘트의 경우 강원도 등으로 산지가 한정돼 있고, 수출입 컨테이너 역시 화물이 나오는 장소가 인천 포항 등의 항구로 제한돼 있다.
반면 일반 차주들은 전국 곳곳에서 나오는 화물을 개별적으로 운송해야 한다. 권대열 전국개인중대형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개별연합회) 상무는 “화물연대와 반대로 일반 차주들 가운데 시멘트나 수출입 컨테이너를 나르는 기사는 2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는 결집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권 상무는 “운송 물품이 비슷하고 서로 접촉하기 쉬운 기사들끼리는 이해관계도 일치한다”며 “그 결과 지금처럼 시멘트·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주에게만 안전 운임제가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령 차주들이 운송비를 떼이는 문제처럼 정말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요구하려고 해도 다 같이 모여서 뭉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소수 강경파에 업계가 휘둘려”
조직 규모도 문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운수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물운송업 종사자 수는 45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화물연대 소속 기사는 2만여 명에 불과하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매해 물류시스템 개선 방안을 논의하지만, 차주 측을 대표하는 대화 상대는 대개 화물연대”라며 “솔직히 (차주) 전체 입장을 반영해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강경일변도의 일부 차주와만 대화하다 보니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전체 차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애꿎은 일반 기사들에게 피해만 준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년째 화물운송기사로 일하는 서귀훈 씨(53)는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차주들 생존권 보장한다면서 정작 멀쩡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냐”고 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화물연대는 비노조 파리바게뜨 배송 기사를 폭행하고 차 키를 빼앗는 등의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당시 57명이 체포돼 이봉주 화물연대본부장 등 2명에 대해 영장 청구가 이뤄졌으나 대전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화물연대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변명했지만, 사건을 처리한 세종 남부경찰서 측은 “검찰이 영장까지 청구했다는 것은 계획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확실한 판단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