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를 목표로 지난해 1월 5일 본격 시행됐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는 약 2596만 명(4월 초 기준)으로 양적 성장했다. 소비자 대부분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자산 조회나 관리에 머물러 있어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높아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사업자들도 수익 모델 발굴에 애로를 겪고 있다.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불합리한 규제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이데이터를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금융플랫폼화하는 것에 대한 규제다. 사실 정부가 마이데이터를 도입한 핵심 취지는 개인정보 분석·가공을 통한 맞춤형 상품 추천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금융플랫폼으로서 카드 내역, 보험 정보, 투자 정보 등을 분석해 유리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소비자는 자신에게 특화된 정보·자산·신용관리 등의 서비스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누리는 것이 마이데이터의 이상이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같은 해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기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제공하던 대부분의 비교·추천 서비스가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등록 및 개별 금융관계법상 허가받지 않은 불법 서비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사업자들은 신용카드, 보험 비교·추천, 투자 권유 등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비스가 중단된 지 거의 10개월이 돼 가지만 보험 비교·추천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하겠다는 방침 외에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규제가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의 편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마이데이터의 비즈니스 모델 정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샌드박스 도입, 개별 금융관계법 개정 등의 방법이 있지만, 종국적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예금, 대출, 카드, 보험, 투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금융상품판매중개업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이미 엄격한 진입 규제를 받고 있으므로 금융상품판매중개업 면허를 받은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금융서비스제공법상 ‘금융서비스중개업’이라는 단일 면허로 여러 업종의 금융상품을 원스톱으로 중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규제가 정보제공 범위의 문제다. 정보 범위가 확대될수록 가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데, 금융 마이데이터는 상품 구매 정보, 가맹점명 및 사업자등록번호 정보, 적요 또는 거래메모 정보 등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미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보들은 맞춤형 추천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다. 또한 연금, 신탁, 부동산, 자동차 등 중요 자산에 관한 정보도 미제공되고 있어 초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신정부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마이데이터 관련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법제화해 전 산업 분야로 마이데이터를 확산할 계획이다. 금융위도 금융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에 대한 샌드박스 허용을 검토하고, 업권 간 태스크포스(TF)나 협의체를 구성해 정보제공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시작된 한국의 마이데이터가 정보 주체가 주도하는 데이터 경제의 모델 서비스로 성공할 수 있도록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비록 마이데이터의 제도 설계, 사업자 선정 등 그 출발은 정부가 주도했지만, 마이데이터 성공을 위해서는 이제 민간의 요청사항을 정부가 과감히 수용하고 정부는 민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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