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27)는 하루에 수십통씩 걸려 오는 선거 관련 전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박씨는 “어제만 13통이나 전화를 받았다”며 “업무 특성상 모르는 번호의 전화도 받아야 할 때가 많은데 일이 몰릴 때 선거 전화까지 받으면 너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대학생 김모씨(23)도 쏟아지는 선거 전화와 문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씨는 “아무리 번호를 차단해도 또 다른 번호로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며 “투표하기도 전에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폭주하는 전화와 홍보 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방선거는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교육감 등 후보가 많아 유권자들이 받는 연락도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유권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후보 홍보 전화나 문자가 발송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경북 안동에 거주하는 이모씨(26)는 서울 노원구에 출마한 후보자의 선거 홍보 전화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사 온 지 3년이 넘었는데 전화는 노원구에서 온다”며 “전화 공해는 그렇다 치고, 비용 낭비가 심한 것 아니냐”고 했다.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선거 운동을 위해 ARS(자동응답시스템)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유권자에게 보내는 것은 합법이다. 이동통신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이나 여론조사기관이 선거 여론조사 등을 위해 유권자 연락처 정보를 요청할 경우 성별, 연령, 지역별로 추출해 암호화한 뒤 제공해야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관계자는 “선거 여론조사 수행 시 휴대폰 안심번호(가상번호)를 받고 있다”며 “여론조사기관이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유권자 휴대폰 번호를 신청하면 이동통신사에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연락처 정보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선거 홍보 연락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은 있다. 이동통신사 ARS 서비스로 전화해 ‘번호 제공 거부’를 등록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가 이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동통신사 지정번호로 전화하면 ARS가 곧바로 “거부할 것인가”를 묻는데, 이 안내에 따라 거부로 지정된 번호를 선택하면 된다.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한 과한 선거 유세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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