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문승동 문투자자문 대표(사진)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사무실에 걸려 있는 액자 하나를 가리켰다.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與), ‘남들이 버리면 나는 취하고 남들이 취하면 나는 버린다’는 뜻의 고사성어가 적혀 있었다.
문 대표는 “주식투자는 사람들의 욕심이 가득할 때 상투를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금융투자업계에서 30년을 넘게 일하며 주식투자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재무제표가 탄탄하고 하방이 막힌 가치주를 골라 투자하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1990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흥국증권 대표와 엠플러스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낸 금융투자업계 베테랑이다. 문투자자문은 2014년 그가 본인의 이름을 따 설립한 회사다. 그는 “금융은 신뢰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며 “대표로서 모든 것을 걸고 투자자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문투자자문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하락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모바일 핀테크 기업 두나무의 자회사 두나무투자일임이 운영하는 모바일 자산관리 플랫폼 ‘맵플러스’에 따르면 문투자자문의 ‘문 Value&Growth 제2호’는 전체 37개 투자상품 가운데 3개월 수익률 10.73%(지난 23일 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05% 하락했다. 맵플러스는 삼성·미래에셋·한화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10여 곳의 투자일임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낸 비결로 그는 ‘가치투자’를 꼽았다. 문투자자문은 철저한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기업의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한다. 과거 문 대표가 국민대 경상대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회계학과 재무제표를 가르친 경험이 바탕이 됐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성장주가 급등장을 주도했다. 반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끈기 있게 기다린 뒤 차익을 내는 가치투자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하지만 올 들어선 판도가 바뀌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성장주가 급락하는 가운데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표가 가치주를 고를 때 내세우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시가총액이 자기자본 대비 낮고 △독점적 시장 지배력이 있으며 △매년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을 선별한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은 많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독점력이 있고 경쟁사가 많지 않은 업종의 종목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보다 내년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을 골라낸다”며 “이처럼 하방이 있는 주식은 하락장에서도 수익률 방어가 가능하고 주가가 빠지더라도 손절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가치주를 고를 때 주식의 액면가를 눈여겨보라고 귀띔했다. 그는 “예를 들어 주가가 똑같은 두 회사 주식의 액면가가 각각 100원, 5000원이라면 5000원인 주식이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액면가가 100원인데 주가가 높은 기업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수익을 낼 만큼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시장 유행을 따라 매수하기보다는 ‘본인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투자자문도 30여 개 종목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주기적으로 탐방을 다닌다. 최근 주목하는 종목은 주철관·펄프·방직·엑스레이(X-ray) 부품 관련주다.
낙폭이 큰 대형 성장주도 포트폴리오에 일부 담고 있다. 그는 “성장주를 고를 때는 고점 대비 하락률, 이격도, 투자심리선 등을 참고한다”며 “적자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재무제표가 탄탄하지만 낙폭이 큰 성장주에 대해 20~30% 수익을 노리고 단기 매매에 나선다”고 말했다.
최근과 같이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서는 ‘절대적으로 싼’ 주식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부터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며 “하방 경직성이 높은 저평가 가치주와 주가가 급락한 성장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