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잇달아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면서다. 자회사 쪼개기 상장을 추진했던 기업은 철회에 따른 주가 타격도 큰 상황이다. 올해 남은 기간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기업들의 셈법도 덩달아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1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전일 SK스퀘어는 앱마켓 원스토어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전면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대치를 밑돈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간담회를 통해 "철회 없이 완주하겠다"고 공언한 지 이틀 만의 번복이어서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한 제지 업체 태림페이퍼도 이날 상장 계획을 거둬들였다.
두 회사를 포함하면 올 들어 '항복 선언'을 한 곳만 6곳에 달한다. 앞서 지난 1월 말 현대엔지니어링도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올해 첫 상장 철회 기업이 됐다. 수요예측 기간 중에도 일부 언론을 통해 "상장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끝내 철회 카드를 꺼냈다. 시장 비판과 자금 조달안 좌절 등 번복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상장 강행에 따른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로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등도 코스닥시장 입성을 포기했다. 예정대로 상장을 한다고 해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미룬 공식적인 이유는 금리 인상과 전쟁 등 대내외 불안한 증시 여건이다. 이번 주만 봐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부터 전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시장 안팎에서는 공모가를 높게 산정해 '몸값' 논란이 있는 기업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모회사에서 회사를 떼어낸 뒤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과 관련한 기업들은 긴장 수위가 한껏 높아졌다. 상장을 연기하거나 공모가를 낮출 경우 모회사가 주가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어서다. 쓱닷컴(신세계)과 오아시스마켓(지어소프트) 등이 언급된다. 앞서 지난 6일 SK스퀘어는 자회사인 SK쉴더스의 상장 철회를 밝힌 이후로 이날까지 연일 약세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상장에 나설 기업들이 여럿이어서 이들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쓱닷컴, CJ올리브영, 컬리, 쏘카, 11번가, SK온, 오아시스마켓,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등이 출격 대기 중이다. 증권가는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된 만큼 상장을 예정대로 강행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상장 철회 도미노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형 확장과 자본조달을 통한 사업성 정착 등이 상장의 취지가 될 건데, 문제는 이런 목적이 경기가 뒷받침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기업의 최종 목적이 상장은 아니므로 귀속된 직원들을 비롯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고려해 시기를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 같이 불안한 경기 속에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이 불안정하다고 해서 모든 공모주가 상장 계획을 접는 건 아니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기 악영향을 받는 '성장주'이면서 시장에서 '고평가 논란'을 받는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철회하거나 공모가를 낮추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규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은 데다 금리를 1% 더 올린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청약 흥행까지 실패하면 지금 이 시점에 굳이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는 것"이라며 "고평가 논란이 없고 공모가 산정에서 증권사가 협상력을 갖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경우 차질 없이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평가 논란이 있을 IT 관련주들은 상장을 거둘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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