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열린 아트페어 아트부산의 화젯거리 중 하나는 30대 인기 배우 A씨였다. 행사장을 방문한 그가 독일 추상표현주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앞에 한참 서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미술 애호가답게 보는 눈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A씨의 시선이 머문 곳은 작품이 아니라 ‘작품 설명’이었다. 화랑 관계자들은 “추상화 앞에 선 거의 모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컬렉터의 모습”이라고 했다.
국내 미술시장의 ‘신흥 큰손’이 된 MZ세대는 중장년 컬렉터에 비해 그림을 보는 안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MZ세대 컬렉터는 “전시를 많이 다니지만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를 몰라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 적이 많다. 나이도 어린 데다 무식하다고 얕볼 것 같아 화랑 직원 등에게 잘 묻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런 컬렉터가 많아서인지 최근 들어 미술 관련 콘텐츠 제공 서비스가 뜨고 있다. 스마트폰 앱인 아티팩츠(사진)가 대표 사례다. 휴대폰 카메라로 그림을 찍으면 앱이 인공지능(AI)으로 형태를 인식해 작품명과 제작연도, 가격 등 상세 정보를 알려준다. 검색 결과에는 작가의 활동 이력과 유력 미술 전문지 아트포럼의 평론, 국내 언론 보도 링크 등이 함께 제공된다. 미술관과 갤러리 등으로부터 87만 건의 미술품 정보를 확보해 정리했다.
아티팩츠 설립자는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대표. 박 대표는 “미술품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아니라 작가의 이력과 과거 경매 낙찰액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컬렉터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바가지’를 쓰지 않도록 돕기 위해 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벌써 시장 반응이 뜨겁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송욱환 전 나이키코리아 사장 등 이름난 기업인들이 개인 자격으로 이 서비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 미술 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해 전달하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백그라운드아트웍스(BGA)는 유료 구독자에게 매일 밤 11시 한 점의 그림과 에세이를 제공한다. 문화예술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유튜브 채널도 인기다. ‘널 위한 문화예술’은 미술 전시와 미술 책 리뷰, 미술사 관련 영상 등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11일 기준 구독자가 26만 명을 넘어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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