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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미 금리 역전돼도 자본유출 적을 것"이라지만…불안한 '3대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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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이상 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주식·채권시장에서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된 사례가 있었지만 대규모 자본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고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 등이 양호해 (이번에도) 자본 유출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에선 과거와 다른 위기 징후가 적어도 세 가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을 부채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40전 오른 1272원7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코로나19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진 2020년 3월 19일(1285원70전) 이후 2년1개월만의 최고 수준이다.

2000년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시기는 총 세 차례다. 이들 시기 모두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보였다. 예컨대 한·미 금리가 최대 1.0%포인트 역전된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한때 900원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원화가 강세였다. 이 기간 외국인 자본은 1055억달러 순유입됐다.

또 다른 금리 역전기인 2018년 3월부터 2019년 10월에는 외국인 자본이 총 187억달러 순유입됐다. 당시엔 환율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초반에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자본이 유입됐다. 반면 2018년 6월부터 환율이 1100원대로 오르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24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지수는 230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외국인 자본이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적자가 쌓이고 경상수지 흑자 폭이 축소되고 있는 점도 자본 유출 위기를 키우는 요인이다. 무역수지는 올해 1월 47억3400만달러 적자에서 2월(8억9200만달러) ‘반짝’ 흑자로 돌아선 뒤 3, 4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2월까지는 흑자였지만 무역수지가 악화된 만큼 3, 4월엔 적자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한 데 따른 적자이기는 하다”면서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중 간 금융시장은 동조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미 금리 차가 역전된 시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올해 중국은 4%대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5%로 인상하면서 ‘중국 쇼크’를 경고했다. 한은 금통위는 당시 “과거 중국에서 금융 불안이 심화됐던 기간에 국내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사례가 있다”며 “중국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다면 자본 유출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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