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오는 5일부터 3일간 국산 돼지고기 400t을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는 소식에 소규모 정육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마트의 대형 할인 행사기획 때문에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되레 더 치솟고 있다는 주장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번 '한돈데이' 행사를 위해 지난달부터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물량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마트 바이어들은 평소 이마트 전 점포에서 한 달 동안 판매하는 삼겹살·목살 물량 수준에 버금가는 돼지고기 400t을 추가로 매입했다. 육류 도매시장에선 대략 2주전부터 "이마트가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대규모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큰 손'인 이마트가 움직이자 육류 도매시장에선 돼지고기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고, 가격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4월 4주차 삼겹살 평균 도매 가격은 ㎏당 1만9640원으로 전주(1만7477원) 대비 12.4% 올랐다. 4월 1주차(1만5973원)와 비교하면 23.0% 상승했다.
최근 들어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천미트와 미트박스 등 육류 도매 온라인몰에선 품종과 브랜드에 따라 삼겹살 도매가격이 ㎏당 2만5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마트가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어 오히려 돼지고기 가격이 더 뛰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마트의 가격 정책에도 불만이 일고 있다. 이마트의 삼겹살 할인 판매 예정 가격은 100g당 1728원으로 도매 가격보다 싼 수준이다. 업계에선 이마트가 대량 매입을 통해 단가를 낮추고, 카드사와의 협업, 한돈자조금의 지원 등으로 도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동네 정육점은 사실상 따라가기 어려운 가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입장에선 할인 판매하는 삼겹살은 집객을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이기 때문에 밑지고 팔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할인행사는 3일간 진행되지만 동네 정육점에 미치는 여파는 한 달여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육점 사장은 "대형마트에서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하면 대량으로 구매해 냉동실에 얼려놓고 먹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며 "대형마트 행사 전후로 한 달간은 손님이 뚝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한돈자조금이 특정 대형 유통사와만 손잡고 할인행사를 여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돈자조금은 도축장에서 등급 판정을 받은 돼지 한 마리당 1100원의 농가거출금을 걷어 조성한 기금으로, 한돈 소비 촉진과 농장 경영 개선 등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고물가시대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마트가 매입한 돼지고기 400t은 국내 전체 정육 거래량의 3% 수준으로 이로 인해 가격이 급등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