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유행 충격에 직면한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흐름과 반대로 통화 완화 정책으로 나서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 환율 성격의 중간 환율은 달러당 6.4596위안이었다. 이는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오른 것은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날 달러당 6.49위안까지 올랐고, 홍콩 역외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53위안까지 상승했다.
연초까지 초강세를 유지하던 위안화 가치는 4월 들어 코로나 확산에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 의지를 나타내면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한 달 새 약 2%, 최근 1주일 새 약 1%나 급락했다.
미중 통화정책의 탈동조화(디커플링), 상하이 봉쇄 등 코로나 충격에 따른 중국 경제 피해 급증 등이 위안화 가치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은 오는 25일 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해 약 102조원의 장기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다. 시장에선 4월부터 상하이 봉쇄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낮출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과 같은 이른바 '빅스텝'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빅스텝을 여러 번 밟을 수도 있다고 시사하면서 초강력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로 나섰다.
이처럼 미중 통화정책 탈동조화를 나타내면서, 미중 10년물 국채금리 격차는 축소되더니 급기야 2010년 이후 12년 만에 미중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미중 금리 격차 축소나 역전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중국 내 외국 자본 이탈을 자극하게 된다. 위안화로 가격이 매겨진 채권이나 주식을 보유한 외국 투자자의 입장에선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환차손을 추가로 입게 된다.
실제로 최근 외국 투자자들은 중국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3월 중국 채권 보유액을 1125억위안(약 21조4000억원) 줄였다. 2월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유 중국 채권을 803억위안(약 15조3000억원) 어치 줄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위안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도 계속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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