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한국은행의 지방 이전을 가능하게 한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철회했습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두관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한 한은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철회됐습니다. 이 개정안은 지난 4일 김 의원을 포함 12명의 의원이 발의됐는데요. 철회를 요구한 의원은 김 의원과 함께 김정호·신정훈·어기구·전용기·황운하 민주당 의원 등 6명입니다.
개정안은 '한국은행은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며, 업무 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정관(定款)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사무소(支事務所) 및 대리점을 둘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한은법 제7조)에서 '서울특별시'를 '대한민국'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은 본부의 지방 이전이 가능해집니다.
김 의원은 한은법뿐 아니라 '본점 소재지=서울'을 삭제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과 수출입은행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가 철회했습니다.
김두관 의원실 관계자는 "공동 발의한 의원 중 한 의원이 철회해달라 해서 불가피하게 철회하게 됐다"며 "국회 관례상 의원 한 사람이라도 철회를 요청하면 철회하도록 돼 있다"며 설명했습니다.
김 의원실은 해당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한 의원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철회 요구의 배경에는 '금융노조의 반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14일 금융노조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반대 당론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금융노조 측은 산은뿐 아니라 수은,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으로 확대되면 파업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두관 의원실 측은 "현재 (개정안 발의를 위한) 동의받고 있고 재발의를 할 것"이라면서도 "지역 균형발전이 취지인데 노동조합의 의견도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움직임에 중앙은행까지 불똥 튄 상황도 황당한데,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입법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걸 자인한 셈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