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반대에도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1가구 1주택 재산세율을 50% 감경한 서초구의 이른바 '반값 재산세' 조례에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2020년 당시 서초구청장으로 이 조례안을 밀어 붙였던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의 공허한 메아리였다"며 "재산세 감경 투쟁에서 승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4일 서울시가 서초구를 상대로 낸 ‘재산세 50% 감경 조례안’ 무효 확인 소송에서 서초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20년 9월 조은희 당시 서초구청장은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산세율을 50% 범위 내에서 감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방세법 조항 따라 공시지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를 50% 감경해주는 내용의 조례안을 공포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로 재산세가 급증해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한다는 취지였다.
재산세는 절반을 자치구가, 절반은 서울시가 거둬 25개 자치구에 배분한다. 조 전 구청장은 감경하고자 했던 건 자치구 몫의 50%(재산세 총액 기준 25%)였다. 지방세법 111조 3항에는 '지자체장이 특별한 재정 수요나 재난 등의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볼 경우엔 조례로 정해 표준세율의 절반 범위 내에서 재산세를 줄여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자 당시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이끌던 서울시는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2020년 10월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고 다른 구민들과 차별이 될 수 있다”며 무효 확인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초구가 별도 과세표준을 만들고, 1주택자에 한해 세율을 차등 적용한 것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는 이유였다.
이후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 절차는 전면 중단됐다. 다만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1주택자의 재산세율을 감경하는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서초구 취지와 비슷한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서울시의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청구를 기각하며 서초구의 지방재정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방세법 111조 3항의 취지는 지자체의 과세 자주권을 보장한 것으로 조례안이 감경 세율 적용 대상을 한정하더라도 위임 범위 내여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감경 세율의 적용 대상에는 서초구 내에 주택을 소유한 다른 구민들도 포함된다”며 다른 구민들과의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당시 멈췄던 환급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예상되는 총 세금 환급액은 약 35억원으로, 3만여 명에게 1인당 평균 10만원 선에서 환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조 의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SNS를 통해 "조은희의 재산세 감경 소신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며 "'조은희 방지법'을 만들자던 민주당은 정파적 이익 중심 정치를 반성하라"고 밝혔다. 이어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해서만큼은 세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 주민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 제 소신이었다"며 "그럼에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였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1년 6개월 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서초구가 최종적인 승소를 했다"며 "고통받는 시민이 아니라 정부 여당의 눈치를 보며 행정 편의주의식 행태를 보였던 서울시 공무원과, 국민이 아닌 정파적 이익에 눈이 멀었던 민주당에게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