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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기울어진 '한·중 관계'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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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3불(不)’로 잘못 꼬인 한·중 관계를 ‘3탈(脫)’전략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편협한 양자외교, 중국 자극론, 그리고 역사 왜곡이라는 세 가지 덫에서 탈출해 한·중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우선 한·중 관계를 초강대국 중국과 한국이라는 양자관계로 보면 과거 ‘중화제국-속국’ 같은 수직적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미·중 패권전쟁으로 급변하는 신냉전체제의 큰 그림 속에서 보면 오늘날 ‘코리아’의 국제적 위상이나 대중(對中) 협상력은 5년 전과 아주 다르다.

중국은 미·중 갈라서기(decoupling), 남중국해 영토분쟁 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친중 국가이던 인도, 호주, 베트남 등이 이미 반중으로 돌아섰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친(親)러시아 행보로 친중 성향이었던 유럽마저 등을 돌렸다. 이렇게 갈수록 외톨이가 되는 베이징이 보기에 그간 기특한(!) 이웃 나라가 있는데, 바로 한국이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도 미·일·호주·인도 4국 안보 협력체 쿼드(Quad)에 가입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지 않으면서 반중 전선에 뛰어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5월이면 서울의 친중 지도자가 물러나고 새 지도자가 들어선다. 2017년 대통령 취임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안달하던 전임자와 달리 새 지도자는 험프리 미군기지부터 방문했다. 어쩌면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 전에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열릴지도 모른다. 이같이 급변하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타고 다자 차원에서 접근하면 한·중 관계를 우리에게 좀 더 유리하게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신(新)사대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중국 자극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선 토론에서 ‘사드 추가 배치로 중국을 자극하면 다시 보복당한다’는 것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사실 중국은 그간 늑대외교로 우리뿐만 아니라 호주, 리투아니아 등에 무역 보복의 칼날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나 새 정부에 대해 늑대외교의 칼을 함부로 빼지는 못할 것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한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K반도체다. 백악관이 직접 나서 인텔의 중국 공장 증설을 막고 반도체 장비와 기술 유출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대만 정부도 TSMC를 통해 초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천문학적 예산을 퍼붓지만 자국민에게까지 사기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 중국이 그나마 기댈 곳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다. 베이징의 입장에서 보면 다행히 한국 정부는 아직 반도체 대중 투자나 기술이전을 적극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섣부른 무역 보복을 하다가 한국이 반도체로 대응 보복을 하면 문제가 커진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또다시 보복하면 지난 정부와 달리 K반도체로 맞대응하겠다’는 강한 전략적 의지를 베이징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잘못된 역사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적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 리서치에 의하면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인의 66%가 차이나를 좋아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한국인의 77%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두 나라 국민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역사 왜곡은 인민해방군이 서울을 점령한 침략행위를 정의로운 항미원조 전쟁으로 미화하는 것이다. 적반하장인 파로호 개명 요구는 물론이고, 오죽하면 미국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이 ‘항미원조전쟁에서 승리한 상감령 전투 정신으로 미국에 맞서겠다’고 망언을 했겠는가.

물론 중국의 역사 왜곡도 문제지만 당당하게 역사 바로잡기를 하지 못한 우리도 문제다.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했으면 파로호 개명을 요구했을 때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들고일어나 맞섰어야 했다. 집권 초 지나친 저자세 외교로 중국의 외교부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툭 칠 정도로 잘못 꼬인 지난 정부의 한·중 관계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새 정부가 당당한 ‘3탈 전략’으로 출범 초부터 대중외교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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