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던 카카오가 CJ ENM과 하이브에 이은 엔터테인먼트업계 ‘넘버3’로 올라서는 데는 6년으로 충분했다. 방법은 막강한 자본력을 투입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확보한 47개 계열사를 통해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조만간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마무리 짓고, 대표 엔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열사 시너지로 ‘슈퍼IP’ 생산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엔터(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합병법인)는 지난해 1조24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합병 전 두 회사의 2020년 합산 매출이 629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덩치가 두 배로 불어난 셈이다. 그 덕분에 엔터 시장에서 카카오엔터의 위상은 CJ ENM(매출 3조5524억원)과 하이브(1조2577억원)에 이어 국내 3위가 됐다.카카오가 단기간에 엔터 시장 강자가 된 배경에는 막강한 자본력이 있다. 종합 엔터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빈 공간을 M&A로 채운 것이다. 그렇게 영화·드라마 제작사(영화사 집, 영화사 월광, 글라인, 사나이픽쳐스, 글앤그림미디어)와 연예기획사(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안테나), 음악 레이블(스타쉽, 크래커)이 차례차례 카카오의 식구가 됐다. 당연히 이들 업체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은 카카오 소속이 됐다. 강은경(‘낭만닥터 김사부’) 주현(‘부부의 세계’) 등 인기 작가와 정동윤(‘스토브리그’) 윤종빈(‘공작’) 등 정상급 연출가가 모두 카카오맨이 됐다.
콘텐츠업계에서 ‘카카오 파워’는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제작한 SBS ‘사내맞선’, tvN ‘군검사 도베르만’, JTBC ‘기상청 사람들’은 올 상반기 시청률 상위 랭킹을 휩쓸었다. 이 중 사내맞선은 M&A를 통해 스토리 발굴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관련 사업을 수직계열화한 ‘카카오식 엔터 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원작(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기획(카카오엔터) 제작(크로스픽쳐스) 모두 카카오 계열사가 맡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3일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4위에 오르는 등 ‘슈퍼IP’(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킬러 콘텐츠)가 됐다.
SM엔터 인수해 K팝 시장도 진출
카카오엔터는 현재 이수만 SM엔터 총괄프로듀서가 보유한 SM엔터 지분 18.27%를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SM엔터가 CJ와 벌이던 협상이 결렬되자 그 틈을 파고들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지난해 7015억원의 매출을 올린 SM엔터는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을 거느린 ‘원조 K팝 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SM엔터를 카카오가 품게 되면 합산 매출이 2조원대로 확대될 뿐 아니라 전체적인 콘텐츠 파워도 대폭 업그레이드된다. K팝 수출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카카오엔터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제2의 유튜브’로 키우고 있는 카카오TV다. 2020년 출범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카카오TV는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영상(SVOD)이 아니라 유튜브와 비슷한 광고형 영상(AVOD)을 제공한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TV를 통해 국내 첫 주식 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을 방영했다. 카카오TV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80여 편으로 누적 조회 수는 15억5000만 뷰에 달한다.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달 평균 340만 명 수준에서 최근 6개월 동안 월 700만 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장세정 카카오엔터 영상콘텐츠본부장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슈퍼IP 기획·제작에 주력해 글로벌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