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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유망주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 지속적인 투자로 먼 미래의 수익을 기대해야 하는 기술주의 매력은 떨어진다.
마켓워치는 최근 퍼스트이글글로벌펀드가 유망주로 꼽은 가치주 3개를 소개했다. 고금리 환경에서도 현금 확보가 용이하고 배당률이 높은 종목들이다.
현금 유동성 높은 뉴욕멜론은행
지난 5년간 미국 증권시장은 인덱스펀드 투자에만 충실해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승장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Fed가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친 게 기술주에 호재가 됐다.하지만 Fed의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덱스펀드와 기술주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1일 CNBC 프로그램 ‘매드머니’ 진행자인 짐 크래머는 “FAANG(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잊고 원유업체, 대형 소매업체, 건강보험사, 대형 제약사 등에 주목할 때”라고 진단했다.
킴볼 브루커 퍼스트이글글로벌펀드 공동 경영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므로 기술주엔 가혹한 환경이 된다”며 가치주 3개를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가 꼽은 첫 번째 가치주는 미국 최초 상업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이다. 뉴욕멜론은행은 전통적 은행 업무인 대출사업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 2조4000억달러의 머니마켓펀드(MMF) 등 자금관리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MMF는 현금화가 쉽다.
단기 채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낮은 투자처로 꼽혀왔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3개월 국채 금리는 지난 연말 기준 0.060%에 불과했지만 이날 0.735%까지 상승했다.
유가 급등 수혜주 엑슨모빌
브루커는 원유기업인 엑슨모빌도 가치주로 꼽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뛰면 수혜를 입을 종목이란 분석이다. 엑슨모빌은 오는 29일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회사 측은 4일 “1분기 순이익이 최대 110억달러에 달해 2008년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엑슨모빌은 에너지 유형이 다양하고 특정 지역에 자산이 집중돼 있지 않아 환경·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브루커의 판단이다. 그는 “엑슨모빌의 배당수익률은 4.2%로 2020년 유가 하락기에도 이 비율을 낮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엑슨모빌은 2월 28일 기준 퍼스트이글글로벌펀드 포트폴리오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비중(2.7%)을 차지하는 종목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싱가포르거래소 상장사 자딘매터슨도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기업으로 꼽았다. 영국계 기업인 자딘매터슨은 홍콩, 동남아시아 등에서 편의점·슈퍼마켓·부동산·호텔 사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가 지속되고 있는 아시아 상황 탓에 자딘매터슨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게 브루커의 분석이다. 현재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6배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