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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슬로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잇따른 금리 인상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월가 전문가들은 경기 방어주 역할을 할 필수소비재나 대형 소매업체 등 불황 관련주를 담으라고 조언한다.
슬로플레이션 경고하는 월가
지난 1일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가 역전(-0.05%포인트)됐다. 올 1월 초만 해도 0.85%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던 장단기 금리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더니 급기야 뒤집힌 것이다. 장기(10년물) 금리는 잠재 경제성장률을 반영하는데, 이 금리가 단기(2년물)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Fed의 긴축도 예정돼 있다. 5일 도이체방크는 “Fed의 적극적인 통화 정책 긴축이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돼 내년 여름까지 증시가 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골드만삭스 역시 향후 24개월 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38%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965년 이후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건 총 아홉 번이었다. 이 중 장단기 금리 역전 1년 혹은 2년 뒤 S&P500지수가 하락한 건 세 번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금리가 역전된 뒤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약 20개월이었다.
Fed가 6일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회의 참석자는 월 950억달러 한도 내에서 양적 긴축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2017년부터 2년간 이뤄진 양적 긴축 최대한도(월 500억달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와 별개로 시장은 Fed가 5월부터 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CME그룹에 따르면 미국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연말 금리 전망치는 2.50~2.75%다.
월마트 등 불황주나 방어주가 대안
슬로플레이션의 파고를 넘을 대안으로 불황주가 꼽힌다. 불황이 닥치면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월마트(WMT), 코스트코(COST)와 같은 대형 소매업체가 대표적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건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 역시 소비여력 축소를 감안해 어드밴스오토파츠(AAP)와 달러트리(DLTR)를 추천했다. 어드밴스오토파츠는 미국 자동차 부품 판매 체인이다. 경기가 둔화하면 사람들이 차를 직접 수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추천주로 꼽혔다. 달러트리는 가정용품 등 대부분 제품을 1달러에 판매하는 유통 체인점으로 소비여력이 축소되면 수혜를 보는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트코는 3월 이후 8일까지 15.56% 올랐고, 달러트리는 같은 기간 14.67% 상승했다.
방어주 성격의 필수소비재를 대안으로 꼽는 곳도 있다. 경기가 좋든 안 좋든 필수소비재는 꾸준히 소비하기 때문에 실적이 일정 부분 담보되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필수소비재 중 크로락스(CLX), 캠벨수프(CPB), 크로거(KR)를 추천했다. 동시에 헬스케어 종목이 방어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제약 등에 관한 수요는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화이자(PFE), 벡톤디킨슨(BDX), 다나허(DHR)를 꼽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역전됐을 때 통상 미국에서는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 등 방어주 성격의 주식이 성과가 좋았다”며 “소프트웨어와 명품, 소매업, 자동차 업종은 성과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