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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방산 분야 FTA' 체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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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방 조달시장은 한반도 안보 상황과 국내 방산기술 발전 측면에서 다른 그 어느 분야보다도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요구되는 시장이다. 국방물자를 포함한 미국 연방정부의 전체 조달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6650억달러(약 795조원)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조달시장이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0.2%에 불과하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정부조달 분야에서도 상호 개방을 약속한 사이인데 왜 그런 것일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조달시장의 60% 이상(약 4216억달러)을 차지하는 국방부 조달 품목 대부분이 한·미 FTA 개방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이 미국 국방부 조달사업에 참여하고자 제안서를 제출하면 외국산 제품의 수입을 차별하는 ‘미국산 우선구매법(Buy American Act)’의 적용을 받아 50% 가격할증 페널티를 받게 된다. 쉽게 말해 한국 기업이 1000달러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할 경우 실제로는 1500달러를 써낸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가격경쟁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 국방부와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 체결이 필요하다. 이 협정은 미 정부가 우방국들에 국방 분야 연구개발과 조달시장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군사 장비의 상호운용성 제고 등을 위해 ‘미국산 우선구매법’ 적용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현재까지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 27개국이 RDP MOU를 체결했다.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이전을 약속받은 오커스(AUKUS)의 호주는 물론이고, 2016년 일본까지 체결국이 됐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사실상 유일하게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다.

한반도 안보와 한·미 국방협력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미국과 RDP MOU를 체결하지 않는 것이 과연 국익과 방위산업 발전에 긍정적인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처럼 RDP MOU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산 우선구매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최근 연방조달규정(FAR)을 개정했는데, 핵심은 ‘미국산 제품’의 기준을 강화해 ‘외국산 제품’의 진입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특정 제품의 미국산 구성품 비율이 55% 이상이면 미국산으로 인정해 가격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올해 60%로 상향 조정되고, 2024년 65%, 2029년엔 75%로 추가 조정될 예정이다.

만약 이 개정안이 미국 국방조달규정(DFARS)에 그대로 적용된다면 현재 한국산 구성품 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며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 방산기업은 큰 위기에 처한다. 한국산 구성품 비율을 2024년엔 35%, 2029년엔 25% 이하로 줄이지 않고는 입찰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RDP MOU를 체결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과 협업해온 미국의 주요 계약자들이 협정을 체결한 27개국 기업으로 공급자를 대체할 여지 역시 충분하다. 규모가 큰 전투훈련기나 무기체계의 대미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방산시장 규모는 약 1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한·미 RDP MOU가 체결된다면 한국 방산기업들은 연간 500조원에 달하는 미 국방 조달시장에서 미국 기업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방산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우려를 잠재우고 국내 시장 개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방산시장 개방 효과에 대한 세밀한 산업환경 조사, 국내 기업들에 명확한 정보 제공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우수한 방산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향후 이런 노력이 한·미 동맹 발전과 상호 번영을 위한 또 하나의 주요한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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