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속에서 시작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중국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진행된 폐회식의 화려한 불꽃과 함께 마무리됐다. 개최국인 중국의 주요 관영매체는 이번 올림픽이 세계에 희망을 전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화자찬했지만 미국과 일본 매체들은 스캔들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라거나 올림픽 정신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며 혹평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1일 사설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은 감염병에 시달리는 세계에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극찬했다.
이어 '100년 동안 없던 큰 변국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세계는 새로운 변혁기에 접어들었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언급한 뒤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각종 도전에 맞서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대의 '노아의 방주'에 함께 앉아 평화와 단결의 악장을 연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올림픽의 정신을 명심해 세계 평화를 함께 수호하고, 올림픽 정신으로 단결해 국제사회의 공동 도전에 대응하자"며 "우리는 다자주의를 이행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를 유지하며 국제법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조화롭게 협력하는 국제 대가족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중앙(CC)TV도 평론을 통해 "베이징은 세계 최초로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라며 "중국은 동계올림픽의 약속을 완벽하게 이행했고 베이징은 올림픽 역사에 휘황찬란한 획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동계올림픽은 스포츠의 힘으로 세계인을 오륜기 아래 단결시켰다"며 "책임있는 강대국이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는 책임을 보여줬고, 각국 국민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신념과 힘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이번 올림픽이 싱그러움과 낭만으로 출발해 기쁨과 칭찬 속에서 막을 내렸다"며 "코로나19 한겨울에 처한 각국 국민에게 따뜻함과 희망을, 불안한 세계에 평화와 단결의 힘을 불어넣었다"고 자찬했다.
환구시보는 "동계올림픽의 세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는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을 실패하게 했고 일부 서방 매체의 악의적 비방을 분쇄했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중국의 성공이고, 전 세계의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전날 자국 동계올림픽 선수단에 축전을 보내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면서 "국내외 중화권 자녀들의 애국 열정을 불러일으켰다"고 치하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외신들은 '스캔들 올림픽', '무늬만 녹색 올림픽'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사설에서 "이번 올림픽의 최종 이미지는 처참한 프리 스케이팅 후 눈물을 흘리는 발리예바가 될 것"이라며 "그의 연기는 10대의 심리 붕괴를 고통스럽게 보여줬다. 흐느껴 우는 그를 질책하는 코치의 모습과 함께 아동학대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15세인 카밀라 발리예바는 대회 기간 중 도핑 샘플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파문을 일으켰다.
WP는 "올림픽은 오랜 기간 논쟁으로 가득 차왔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최악을 기록했다"며 "그것은 베이징 올림픽을 스캔들 올림픽으로 굳혔다는 점"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중국 고위 관리의 성폭행을 폭로했다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문제, 중국 악플러 등을 언급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21일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사실을 언급한 뒤 "도핑 문제 등으로 경기의 공평성이 흔들리는 사태가 이어졌다"며 "정치색의 진한 정도와 경기를 둘러싼 문제의 분출로 올림픽의 의의가 흔들렸고 '평화 제전'의 존재 방식이 다시 질문받는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책을 이유로 엄중하게 통제돼 구미 제국의 '외교적 보이콧'의 이유였던 신장 위구르자치구 등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도 싹 지워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양양 베이징올림픽 조직위 선수 위원장이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선수는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선수들에게서조차 인권 비판이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은 중국의 자유롭지 못한 언론 환경을 눈에 띄게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측이 시진핑 정권의 성공을 부각하는 한편 대회조직위원회를 통해 선수나 자원봉사자의 발언을 제한한 것이 이번 대회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