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 규모를 결정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지자체별 보조금은 전기차 대당 최대 650만원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마다 보조금이 달라 소비자 혼란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전기승용차 지자체 보조금으로 대당 최대 200만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중앙정부 보조금(최대 700만원)을 더하면 대당 최대 9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할 경우 4980만원부터 시작하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2WD 롱 레인지)를 최저 408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로 구성된다. 연비·주행거리 등에 따라 산정된 국비 보조금에 비례해 지방비 보조금이 결정되는 구조다.
서울 외 주요 광역시별 보조금(국비+지방비)은 국비 최대 700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부산·울산 1050만원, 인천 1060만원, 대구·광주 1100만원, 대전 120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서울까지 포함하면 광역 지자체별로 최대 3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기초 지자체별로 범위를 넓히면 보조금 차이는 더 벌어진다. 보조금 액수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 나주와 장흥·강진·장성으로 대당 1550만원을 지급한다. 서울과 비교하면 최대 650만원 차이가 난다.
바로 옆 동네라도 행정구역이 달라 보조금이 차이 나는 경우도 많다. 경기 수원(1050만원)과 성남(1100만원), 전남 여수(1320만원)와 순천(1350만원), 경남 창녕(1345만원)과 합천(15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전기차인데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차이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선 ‘보조금 때문에 이사해야 하느냐’는 글까지 올라온다.
보조금은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서울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지자체 보조금을 대당 40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하반기엔 200만원으로 줄였다. 예상보다 예산 소진 속도가 빨라 보조금을 줄인 것이다. 서울에 사는 한 차주는 “보조금이 차량 출고 순으로 지급되다 보니 최대한 먼저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 새로 나올 전기차를 구매할까 생각 중인데, 보조금이 소진되거나 줄어들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각 지자체는 보조금 지출과 취득·등록세 수입 규모는 물론 친환경 이미지를 고려해 ‘눈치작전’을 벌이며 예산을 책정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애초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중앙정부가 지자체별 형평성을 고려해 예산을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선진국 중 한국처럼 지역별 보조금이 차이 나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제도 취지가 전기차를 늘려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것인데 자동차에서 발생한 탄소가 특정 지역 하늘에만 머무르냐”며 “대기환경 개선은 국가 사무인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