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나가려면 ‘코로나 음성’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자가검사키트를 구할 수 없으니 애가 탑니다.” 영업 현장에서 일하는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그는 집 주변뿐만 아니라 대형 약국이 몰려있는 도심지역까지 뒤졌지만 자가검사키트가 동이 나는 바람에 헛걸음을 했다. 식구가 많은 가정은 더 심각하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키트 가격이 치솟았다. 평소 3000원 선이던 한 개 값이 세 배까지 뛰었다. 2개들이 세트값도 2만원이 넘었다. ‘키트 대란’에 놀란 정부가 어제부터 판매 장소를 약국과 편의점으로 일원화하고, 가격을 개당 6000원으로 묶었다. 1인 판매 수량도 5개로 제한했다.
검사키트 물량 부족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진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정부는 “자가검사키트 물량이 충분하니 걱정 말라”고 발표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마스크 대란’을 겪은 학습효과였다. 정부가 지난 3일 고위험군에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고 나머지는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 방식으로 검사 체계를 바꾸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검사키트를 어렵사리 구해도 정확도가 떨어져 혼란이 가중됐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별하는 능력)는 최대 41.5%에 불과하다. 양성인데도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60% 가까이 된다는 말이다. 어제 인천의 한 파출소에서 19명이 무더기로 ‘지각 확진’된 것도 이 때문이다. 5차례의 ‘음성’ 이후 ‘양성’으로 확인된 사례까지 나왔다.
결국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마스크 대란’과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도입에 따른 병상 부족 사태를 겪고도 검사체계 전환 전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출해야 할 키트 물량까지 ‘사전 승인’으로 옥죌 만큼 사정이 다급해졌다.
이러니 “되풀이되는 주먹구구식 행정과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정부’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확진자가 연일 수만 명을 넘어 ‘K방역’ 자체가 무너졌는데 추적용 QR코드는 왜 찍느냐”는 불만까지 거세지고 있다. 이마저도 정부는 “‘QR 찍기’ 개선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니 속이 터질 만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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