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로 피폐해진 민생을 추스르고, 복잡다기한 국제정세를 헤쳐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게다가 현직 경제부총리마저 나랏빚이 1000조원에 달해 자칫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걱정된다고 하는 위기상황이라서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주변의 삶이 팍팍하니 어느 모임에서든 화제를 되도록 즐겁고 희망찬 쪽으로 유도해보지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대화는 자연스레 후보들의 주변사로 흘러간다. 이번처럼 정책에 대한 관심보다 후보와 가족에 대한 비방이 횡행한 때가 있었나 싶게 내밀한 사생활까지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큰 의문이고, 썩 탐탁지도 않다.
하지만 어느 후보를 지지하든 대화의 말미에는 “후보들의 ‘능력’도 제대로 평가돼야 하지만 ‘품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조건 중 대통령다운 품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다움’ ‘대통령으로서의 품성’의 핵심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언행의 품격’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다. 대통령의 한마디 말과 결정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만큼 매사에 절제하고, 신중하며 품위가 있어야 한다.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자공(子貢)은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사불급설, 駟不及舌)”며 품격 있는 언행을 강조했다. 성경에서도 “사람의 혀는 길들일 수 없다. 혀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으로 가득차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도 삼배를 하는 이유를 몸(身), 입(口), 의(意)로 지은 죄를 참회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말로 지은 구업(口業)은 그만큼 치명적이고, 경솔한 행동은 자칫 국가 전체를 위기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흐름상 어느 후보든 절반쯤의 국민에게는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자신을 반대한 국민일지라도 “비록 나는 다른 후보를 선택했지만 새 대통령은 어디 내놔도 자랑스럽고 훌륭하다”고 느낄 수 있는 품격 있는 언행이 평소부터 체화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나와 내 가족의 운명을 맡길 수 있다.
둘째는 ‘따뜻한 리더십’과 포용력이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서 아무리 성공했더라도 정치권에만 가면 영 본래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도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훈련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정생활에서부터 야당, 시민단체, 종교, 노동조합, 국제문제 등 참으로 복잡다기한 사안들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만날 수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세밀히 경청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포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청렴성’이 요구된다. 역대 모든 정부에서 초기에는 ‘공정’ ‘상식’ ‘정의’ ‘민생’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집권 4~5년 차에는 예외 없이 핵심 측근들의 부패문제로 재임 기간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었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인간적인 번민은 크겠지만 결국 ‘공인의식’을 가지고 청렴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청렴에 대한 각자 조금씩 기준은 다르겠지만, 필자가 들은 어떤 청렴한 공직자는 관사에 개인용과 공적 용도의 냉장고를 두 개 놓고 따로 계산한다고 한다. 냉장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족과 측근들이 호가호위하면서 직위를 남용하지 않는가 하는 것은 대통령 본인이 매일 챙겨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갖춰야 할 품성에 대한 생각은 필자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미국 현대사를 이끈 8명의 대통령에 대한 리더십을 분석한 로버트 윌슨의 《Character Above All》에서도 결론은 동일하다. 성공한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인간적인 품성이 훌륭하고 자제력이 뛰어났다. 결론적으로 동서고금의 진리는 이렇다. “머리는 빌릴 수 있지만 품성은 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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