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들을 상대하는 대형 로펌의 외부 전문가 영입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검찰·경찰·고용노동부 등에서 산업재해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물뿐만 아니라 노무사 스카우트에도 불이 붙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김화묵·권기태 노무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두 노무사는 약 30년간 고용노동부에서 산업재해예방지도과장 등을 맡은 중대재해 분야 전문가다. 이들은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의 중대재해 대응본부에서 활동할 방침이다. 이곳에서 기업들의 중대재해 예방을 돕고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수사 대응업무 등을 맡는다.
율촌은 최근 공고를 내고 중대재해 전문 노무사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로펌은 중대재해센터에 노무사 세 명을 두고 있지만 최근 급증하는 업무량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채용을 결정했다. 율촌은 지난해 11월 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웨비나에서 2000여명의 기업 관계자가 접속하는 등 성황을 이루자 유튜브 채널(율촌 중대재해센터TV)도 개설하는 등 최근 중대재해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팔을 걷고 있다.
이들 외에도 김앤장 광장 세종 화우 등 대형 로펌들은 지난해 중대재해 전담조직을 만들면서 사내 노무사들을 이 조직에 잇달아 투입했다. 검찰과 경찰, 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과 정부 부처 출신의 산업재해 전문가 영입이 줄을 잇는 가운데 노무사도 필수 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무사는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서류 작성과 확인, 상담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도 기업 등을 상대로 이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산업재해 현장에서 쌓았던 경험과 네트워크 등을 로펌 중대재해 대응업무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변호사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노무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련한 법률 상담을 한 것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노무사의 역할이 당초 기대보다 작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3일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노무사 A씨에 대한 공판에서 A씨에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노무사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한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 근로자 사망 등의 사건을 의뢰받아 산업안전보건법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참고인 진술조사 예상문답, 산안법 형사사건 처리절차 등에 대한 문서를 만들고 법률상담을 해줬다.
재판부는 “노무사가 노동 관계 법령을 넘어 수사절차에 적용되는 형사소송법 상담까지 하는 것은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무사 업계에선 이번 판결 이후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자의 고소·고발 진행을 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따른 처벌 절차과정에서 상담을 해주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