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상장 첫날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공모금액 기준 70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18조원까지 불어났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를 이미 뛰어넘은 경우도 많은 만큼 투자자가 적정 밸류에이션 수준을 판단한 뒤 매매 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증권사 적정 시총은 약 100조원
27일 증시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가격(30만원)의 약 두 배인 59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시초가가 높았던 탓에 주가는 미끄럼틀을 탔지만 여전히 시가총액 규모는 컸다. 종가는 시초가 대비 15.41% 하락한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격을 기준으로는 68%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39만~61만원 선이다.27일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시총은 118조원이다. 중국 CATL(250조원)보다 적지만 삼성SDI(41조원), SK이노베이션(20조원)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3배, 6배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2025년 기준 예상 배터리 생산 규모는 △CATL(633GWh) △LG에너지솔루션(418GWh) △삼성SDI(238GWh) △SK온(217GWh) 순이다. 삼성SDI, SK온 등의 배터리 생산 예상 규모를 고려하면 시가총액 차이가 훨씬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애널리스트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적정 시총 규모를 약 100조원으로 산정한 경우가 많았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순수 배터리 기업의 평균 EV/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는 36.9배였다. CATL, EVE에너지, 고션하이테크 등 중국 기업과 삼성SDI가 비교군에 포함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EBITDA 규모는 CATL이 57억달러, LG에너지솔루션이 25억달러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가 산정 때는 EV/EBITDA 33.2배를 적용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 물량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10% 할인했다. 그 결과 나온 적정 시가총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102조원이다. 이 경우 목표주가 44만원이다.
패시브 수급 영향 유의해야
중국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10% 할인한 수준인 만큼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주가 수준을 첫날부터 훌쩍 넘어선 것이다. 코스피 벤치마크(BM)를 따라가야 하는 기관투자가나 LG에너지솔루션을 기계적으로 편입해야 하는 패시브 수급의 영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적정 주가를 찾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 9일 국내 2차전지산업지수 편입, 14일 MSCI EM(신흥국) 지수 편입, 3월 10일 코스피200 지수 편입 등 주요 일정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개인투자자들도 나름의 기준선을 정하고 매매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요 일정이 마무리된 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원 수준으로 보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매수, 그 위로 올라가면 매도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시장 전망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입지 등도 판단 기준이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투자 포인트는 고객사 다변화 및 미국 시장점유율이다. 적정 시가총액을 101조원으로 제시한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1위 테슬라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것은 물론 완성차 상위 6개 업체 중 3개 업체(현대차 GM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향후 추가 수주, 신기술 개발, 원재료 확보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배터리 투자 대상은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으로 압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