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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마, 계속 도전해, 그게 인생이야" [조수영의 골프 단짠단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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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HGV TOC·총상금 150만달러)에서는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52·스웨덴)입니다. 스포츠계, 연예계 등의 유명인과 선수들이 함께 경기하는 셀레브리티 프로암 방식으로 치러진 이 대회에 소렌스탐은 셀러브리티 자격으로 참가했죠.

2008년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LPGA 투어 통산 72승, 이중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이 10번이나 됩니다. 라이벌이었던 카리 웹(호주)의 41승, 박세리(45)의 25승을 크게 앞선 승수입니다.

역대 세번째 많은 다승을 올린 그이지만,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992년 프로로 데뷔했지만 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서 단 1타 차이로 투어카드를 놓쳤고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는 우승 없이 4차례 준우승에 그쳤죠. 그는 이듬해 Q스쿨 '재수'에서 공동28위로 조건부시드를 따 LPGA투어에 진출하게 됩니다.



시작은 비록 주목받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준비한 그에게도 '소렌스탐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애 첫승이었던 1995년 US여자오픈이 신호탄이었죠. 이후 그는 10년 넘게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했습니다.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8번이타 받았고 시즌 최저타수상인 베어트로피도 6차례 탔습니다.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2라운드에서는 '꿈의 스코어' 59타를 기록했습니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이 창설된 2006년 '초대 세계 1위'에 올라 2007년 4월까지 1년 2개월간 세계 1위를 지키기도 했죠.

2008년 시즌을 끝으로 소렌스탐은 은퇴했습니다. 13년만인 지난해 8월 US시니어여자오픈에 출전해 무려 8타 차이로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니어 투어 활동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투어 활동을 중단해야 했고 연말에는 코로나19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HGV TOC는 소렌스탐이 6개월 만에 나선 투어 출전이었습니다. 허리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였기에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전설'의 샷은 여전히 유려했고 날카로웠습니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지켰지만 최종라운드에서의 실수가 아쉬웠습니다. 소렌스탐은 경기 초반 5개 홀에서 3개의 보기를 기록하며 전 야구선수 데릭 로(미국)에게 선두를 내어줬고 이후 타수를 줄이며 동타까지 따라잡았습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마지막 퍼트가 승부를 갈랐죠. 로는 파퍼트에 성공했지만 소렌스탐의 공은 홀을 살짝 비껴나갔습니다. 로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죠.

오랜만의 투어 출전, 아쉬운 승부. 그래도 소렌스탐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정말 행복했다. 제시카·넬리 코다, 가비 로페즈 등과 같은 조로 경기를 치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죠.



이번 대회에는 소렌스탐의 가족이 총출동해 전설의 복귀를 지원했습니다. 남편은 백을 메고 필드를 함께 누볐고, 아이들은 경기장 밖에서 응원하며 힘을 보냈습니다. 경기를 마친 소렌스탐은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며 "아이들이 나를 보고 '이게 인생이다'라는 것은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온전치 않은 컨디션이었지만 그에 대한 원망도 없었습니다. 그는 "가방 안에 항상 최고의 장비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끝까지 싸운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소렌스탐은 오는 27일 열리는 LPGA 투어 게인브릿지 LPGA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오는 6월 열리는 US여자오픈에서 그의 모습을 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해 US시니어오픈 우승자로 올해 출전자격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죠. 현지 언론들도 지난해 필 미컬슨(52)과 마찬가지로 소렌스탐이 최고령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습니다. 역대 여자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은 1960년 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 페이 크로커(우루과이)의 46세입니다.

이에 대해 전설의 답은 여전히 담백했습니다.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 경쟁은 아무래도 쉽지 않습니다. 대회에 출전은 많이 안 했지만 경쟁심은 있는 편인데, 아마 (대회에 나간다면) 가서 편한 마음으로 스윙하고, 결과를 봐야 하겠죠?"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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