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기 하루 전날, 부모님께서 커플링을 맞췄다. 가족끼리 저녁 먹으면서 활짝 웃던 모습이 눈에 선명한데..."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에서 소방 설비 설치 작업을 했던 실종자 김모씨(56)의 자녀 A씨(25)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사고 전날 결혼 25주년을 기념하는 커플링을 맞췄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아빠가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면서 자신이 공부하고 있으면 '공부하는 척하지 말고 나랑 놀자'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고 뉴스를 처음 봤을 때 인명 피해에 대한 소식이 없길래 아빠가 무사할 거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퇴근 시간이 넘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고 전날 본 아빠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며 했다.
A씨는 "엄마가 특히 힘들어한다"며 "잠깐이라도 혼자 계시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고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에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사흘이면 끝날 줄 알았던 해체크레인 설치가 계속 미뤄지면서 며칠째 구조 준비 작업만 하고 있을지 몰랐다"며 "현대산업개발이 부디 신속하게 장비를 지원하며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실종자 설모씨의 자녀 B씨(27)는 부친이 사고 다음 날인 12일부터는 다른 현장에서 예정돼 있었다고 했다. B씨는 "사고 이후 아빠와 함께 일했던 동료분께 아빠가 11일까지만 이 아파트에서 작업하기로 했었다고 들었다"며 "다른 곳으로 출근해야 하는 아빠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B씨는 "아빠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고 있지 않은데, 현대산업개발은 '무사히 시신을 수습하면 된다'는 생각만으로 작업을 하는 듯하다"며 "우리에게, 아빠에게 시간이 생명인데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이 상황이 정말 지옥 같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