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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심장 이식자, 친구 찌른 흉악범이었다…"살 자격 있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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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아 ‘의학계 희망’으로 떠오른 환자가 과거 강력범죄로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피해자는 장애인이 돼 고통 속에 살다가 후유증으로 숨졌기에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메릴랜드의대 병원에서 지난 7일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남성 데이비드 베넷(57)이 34년 전 고교 동창생 에드워드 슈메이커를 흉기로 7차례 찔러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사건 기록에 따르면 베넷은 1988년 4월 30일 당시 자신의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슈메이커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재판에서 의도적 살인 혐의는 벗었으나 폭력과 무기 은닉, 소지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10년형을 선고받았고, 6년간 복역한 뒤 1995년 출소했다.

등과 복부를 찔려 장기 손상을 입은 슈메이커는 장애인이 돼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다. 각종 합병증으로도 고통받았다. 그러다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07년 41번째 생일 1주 전에 생을 마감했다.

피해자의 누나 레슬리 슈메이커는 “돼지 심장 이식 기사를 읽으며 획기적인 과학적 성과라고 생각하다가 환자 이름을 보고 충격에 얼어붙었다”고 WP에 밝혔다. 그는 “동생은 평생 고통을 겪었고 가족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그 남자는 멀쩡히 잘 살았고 이제는 두 번째 생명까지 얻었다”며 “그 심장은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졌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미국에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10만6,000명이 넘는다. 하루 평균 17명이 장기가 없어 목숨을 잃는다. WP는 이런 상황에서 한 가정에 평생토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흉악범이 새 생명을 얻는 것이 일부 환자들에게는 비윤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이 장기 이식이나 실험적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은 없다는 게 연방정부와 윤리위원회의 입장이다. 캐플란 뉴욕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의학의 핵심 원칙은 아픈 사람은 누구나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학은 범죄자를 분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의대는 이식 수술을 하기 전 베넷의 범죄 전과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공식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대신 “배경이나 생활 환경과 관계없이 의학적 필요에 따라 모든 환자에게 인명 구조 치료를 제공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현재 베넷의 건강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폐 기능 보조 장치도 떼어낸 상태다.

한편, 피해자 가족들은 베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40만 달러(약 4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고 법원도 베넷에게 지급 명령을 내렸으나, 아직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누나는 “그는 인생에 또 한번 기회를 얻었지만, 동생에겐 기회가 없었다. 동생은 베넷에게서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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