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보험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직장인 박모 씨는 요즘 속이 쓰리다. 당시 고정금리 3.7%, 변동금리 3.4% 수준이어서 변동금리를 선택했지만, 얼마 안 지나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는 5%를 넘었지만 고정형 금리는 아직 4%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박 씨는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변동금리가 더 오를 것 같아 걱정된다. 고정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에 본격 진입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박 씨와 같은 차주들은 고민에 휩싸였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대 2차례 이상 올릴 가능성이 큰 만큼, 이젠 고정금리 선택이 유리하다는 게 은행권의 조언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은 17.7%를 기록했다. 10월과 비교하면 3%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2.3%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1월(85.5%)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리면서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지만, 오히려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1월19일 기준 신규 코픽스(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440∼4.861% 정도였다.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는 연 3.760~5.122%로, 상단과 하단 모두 변동금리보다 높았다. 대출을 받는 입장에선 당장 금리가 0.3%포인트 이상 비싼 만큼, 고정금리를 선택할 유인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고정금리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담대 변동금리가 지난해 12월 5%대를 돌파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12월17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71~5.06%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3.58~4.91%로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다.
시중은행에선 금리 인상기에 본격 돌입한 만큼, 고정금리를 선택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차례 이상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상반기까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이후에는 완만한 인상이 예상된다"며 "부동산 가격이 금리 인상 이후 상승폭을 확대한다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도 금리 정상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금융 불균형 상황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의 영향을 함께 짚어가며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그간 높아진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상호작용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물가 상승세를 고려했을 때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최대 1.75%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및 원리금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차주들 입장에서도 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