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가 직원 횡령으로 새해 첫 거래일부터 주식 매매가 정지됐다.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코스닥시장 우량기업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횡령 사건인 데다,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만 2만 명에 달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3일 오전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며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날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 관리 직원인 이모씨가 1880억원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상장사 직원이 자기자본의 5% 이상을 횡령·배임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해당 기업이 상장회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심사하는 것이다. 거래소는 15거래일 이내인 이달 24일까지 실질심사 대상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거래는 즉각 재개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20~35일(영업일 기준) 동안 실질심사를 거친 뒤 기업심사위원회가 개최된다. 이후 거래소는 거래재개 또는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한다. 이번 횡령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가 3월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 다만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거래소가 바로 상장폐지시키진 않는다.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이 거래소에 이의 신청을 하면 최대 1년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소액주주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는 1만9856명에 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일개 직원이 자기자본의 90% 넘게 횡령하도록 회사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 “구멍가게도 아니고 무서워서 주식 하겠나” “코스닥 상장사 23위가 이렇게 한방에, 허탈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외국인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외국인 지분율은 45%에 육박한다.
삼성증권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종전 16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내렸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영속성이나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을 감안하면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자금 회수가 안 될 경우 2021년 영업외손실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템임플란트 거래 중지 사태는 동진쎄미켐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횡령 직원이 작년 10월 동진쎄미켐 주식을 1000억원어치 넘게 사고판 ‘슈퍼개미’와 동일 인물이라고 전해졌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은 이날 8.43% 급락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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