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류 열풍의 주역은 단연코 ‘오징어 게임’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서도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등 한국 고유의 놀이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놀이문화를 영어권 화자들에게 쉽게 설명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국민 영어선생님’ ‘선플운동의 창시자’로 유명한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사진). 최근 《랜드 오브 스퀴드게임》을 펴낸 민 교수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외국인은 물론 우리 문화를 외국 사람들에게 알려주고픈 한국 사람을 위한 ‘문화가이드’를 생각하고 썼다”며 “어릴 적 하던 놀이를 소개해주는 것인 만큼 제대로 설명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랜드 오브 스퀴드게임》에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 ‘닭싸움’ ‘말뚝박기’와 같은 한국 전통놀이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왜 빨간색으로는 이름을 쓰지 않는가’ ‘왜 일부 오래된 건물에는 4층이 빠져 있는가’ 등 외국인 눈에는 그저 신기하게만 보일 수 있는 한국 생활문화도 삽화로 함께 소개했다. 이를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를 알려주고 싶었다는 게 민 교수의 설명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깍두기’가 대표적인 예다. 짝이 맞지 않아 놀이에 끼지 못하는 아이까지도 챙겨주는 한국 특유의 정을 잘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는 “정이라는 것을 단어로 설명하긴 참 어려운데 놀이 문화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책을 읽은 사람은 드라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 교수는 청년 시절부터 ‘한국 문화 알림이’로 열심히 활동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유학한 그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978년 시카고 교민들과 함께 한국문화원을 조직하고 부채춤 태권도 등을 현지인에게 보여주는 문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를 통해 국내 방송사와 인연이 닿아 한국에서 라디오 방송까지 맡게 됐다.
“미국 유학 시절만 해도 ‘한국에도 전기가 들어오는가’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럴수록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죠. 지금은 ‘한국인’이라고 하면 누구나 반겨주는 세상이 됐으니 참 뿌듯합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크게 늘어났다. 민 교수는 그럴수록 한국인의 영어 실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문화를 외국인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류 열풍 지속은 물론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외국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다.
선플운동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한류 열풍에 이어 올바른 K인터넷컬처를 퍼뜨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2007년 선플재단을 설립해 14년째 악플 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퍼졌던 만큼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 교수는 “비대면 시대에 퍼지는 사이버 폭력을 막으려면 누구나가 선플을 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선플재단도 내년부터는 국제적으로 사이버 폭력 방지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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