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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친환경 전기차의 에너지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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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행거리, 내연기관 운행보다 월등히 길어

 전력연구원이 지난 6월 전기차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주행거리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전기차 사용자의 월평균 주행거리는 1,984㎞로 일반 내연기관 승용차의 1,053㎞보다 무려 900㎞가 길었다. 차 값은 비싸도 전기 사용료가 저렴하니 오히려 사용 시간이 많았다는 뜻이다.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드 제본스(Jevons)는 이를 '제본스의 역설(Javon’s paradox)'로 설명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사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실제 당시 석탄의 효율이 오르자 사용량도 증가했던 탓이다. 

 고효율일수록 사용 빈도가 늘어나는 현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연간 자동차 주행거리 통계에 따르면 비사업용 일반 승용차의 월 평균 주행거리는 휘발유차가 864㎞인 반면 그보다 효율이 높은 경유는 1,164㎞다. 그런데 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으로 요약되는 기타연료 부문은 1,200㎞에 달한다. 효율이 높을수록 자동차를 이용하는 거리도 많다는 점이 실질적인 통계로 입증되는 대목이다.  

 물론 제번스의 역설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다. 자동차는 이용 목적에 따라 주행 거리가 다를 수 있어 상대적으로 기름 값 부담이 높은 사람들이 고효율 자동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서다. 쉽게 보면 이동 거리가 많아 에너지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주로 친환경차를 선택하니 당연히 에너지 사용량도 많을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든 에너지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자동차를 이용할수록 주행 거리와 이용 시간이 많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전기차는 에너지 사용량도 많다. 예를 들어 현대차 아이오닉5 스탠다드 2WD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은 58㎾h이고 전력을 가득 담으면 약 295㎞를 주행할 수 있다. 해당 차종 보유자가 월 평균 1,984㎞를 주행하려면 58㎾h 배터리를 6.7회 충전해야 하고 이때 총 사용 전력량은 388㎾h다. 이는 서울의 가구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 259㎾h(2021년 9월 기준, 한국전력 데이터포탈)보다 129㎾h가 많다. 그러니 전기차 한 대가 늘어나면 에너지 사용량도 적지 않게 늘어난다. 지금은 전기차 등록대수가 적어 별 다른 문제가 없지만 탄소 중립에 따라 누적 대수가 많아지기 전에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적극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력 사용이 적을 때 배터리에 담았다가 전력이 많이 필요할 때 저장해 둔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공급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면 발전량을 늘리지 않고도 향후 증가하는 전기차의 에너지 사용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정부가 전기차 공급량을 보조금으로 조절하는 덕분에 예상 누적 등록대수와 사용 전력을 가늠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 나아가 보조금의 지급 기간도 정부 판단에 달려 있어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우려는 장기적 시각에서 비롯된다. 보조금 자체가 무한 지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조사 스스로 전기차 가격 낮추기에 돌입했고 일부 기업은 보조금 없이도 판매한다는 계획을 내놓는다. 이 경우 예상보다 가파른 전기차 보급은 전력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보조금이 더 이상 판매를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고 기후변화에 따라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동차회사의 전기차 출시와 판매 의지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전동화를 위해 독립적으로, 언제든 전기 생산이 가능한 수소 사회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친환경 에너지로 바뀌면 사용량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에너지는 공급에 문제가 더더욱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내년에 순수 전기 승용차 16만대 가담이 예상돼 있다.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서서히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대비할 시점은 맞는 것 같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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