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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언제까지 증오 부추겨 표 모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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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니 정치권엔 어김없이 막말이 넘쳐난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대 후보 부인이 카메라를 피하자 “범죄자 인증샷”(박찬대 선거대책위 수석대변인)이라고 했고, 상대 당 지지층을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과 고령층”(황운하 의원)이라고 비하했다.

국민의힘도 오십보백보다. 상대 후보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에 “3대를 이어서 범죄자 집안 아니냐”(김진태 의원)며 부친까지 엮어 비난했고, 민주당의 인재 영입엔 “일회용 티슈처럼 쓰고 버릴 사람들”(김재원 최고위원)이라고 했다. 상대 후보를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 부인), “포르노 배우”(조수진 의원)로 부르기도 했다.
막말·편가르기 판치는 대선
두 당의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서로 “감옥에 갈 것” “구속될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이 후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며 상대 진영을 아예 ‘인간 이하’로 매도하기도 했다. 때론 ‘같은 편’끼리도 막말한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언론법’ 강행 처리를 막은 같은 당 소속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욕설을 연상시키는 “GSGG”란 말을 쓴 게 대표적이다.

이런 행태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거나 상대를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없애야 할 적’으로 보는 데서 비롯된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내 편, 네 편’을 갈라 상대편에 대한 증오를 부추겨 이익을 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은 이런 ‘증오 정치’가 먹히기 좋은 나라다. 지난 10월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한국 응답자의 90%가 ‘다른 정당 지지자 간에 매우 심한 또는 심한 갈등이 있다’고 했다. 조사 대상 17개 선진국(중간값 50%) 중 미국과 함께 가장 높다.

증오 정치는 ‘독이 든 사과’와 같다. 일시적으론 누군가 달콤함을 맛볼지 몰라도 결국엔 정치 혐오를 키우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일본 인기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그린 《플루토》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너무 많은 인격을 프로그래밍해 넣은 바람에 혼돈과 혼란으로 눈을 뜨지 못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있다. 천재 과학자 텐마는 이 로봇을 깨우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분노, 증오 같은 치우친 감정 주입을 제시한다. 단, 그렇게 깨어난 인공지능 로봇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분노와 증오는 혼돈과 혼란을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파괴적이란 우화다.
통합과 조정의 정치로 바꿔야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공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를 지킬 해법의 하나로 정당들이 서로를 적이 아닌 국가 경영의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관용을 꼽았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패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는 한 여성이 “오바마를 믿을 수 없다. 그는 아랍인”이라고 했을 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부인. 그는 품위있고 가정적인 시민입니다. 단지 핵심 이슈에서 저와 이견이 있을 뿐이죠.” 한 남성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게) 겁난다”고 했을 때도 매케인은 단호했다. “그는 품위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미국 대통령이 돼도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선거에선 졌지만 매케인은 미국에서 초당적으로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한국에선 언제쯤 이런 정치인을 볼 수 있을까.

대선이 석 달도 남지 않았다.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증오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조정의 정치를 하는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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