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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매업계 "12월 특수도 사라져 고사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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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 자영업자와 주류도매업체는 사실상 ‘운명 공동체’입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영업 제한을 당하니 그곳에 주류를 공급하는 도매업체들도 고사 직전이에요. 코로나19 이전보다 도매업체 매출이 40%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류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60)는 지난 2년간 8억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고 호소했다. 주로 생맥주를 취급하는 김씨는 “기존 거래처였던 주점과 식당의 10%가 폐업했고, 거래처별 납품량도 절반가량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출 37% 줄어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식당과 주점 등에 주류를 공급하는 주류도매업체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업체들은 식당, 주점, 카페, 유흥업소, 웨딩홀 등 전국 61만 개 업체에 주류를 공급한다. 전국 1121개 도매사에서 2만5000여 명의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

20일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류도매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1%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조8423억원에 달하던 연매출이 지난해 1조4160억원까지 줄었다. 올 3분기까지의 매출은 8568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6% 쪼그라들었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에 따르면 휴·폐업한 업체도 30여 개에 이른다. 도매업체가 주류를 납품하던 식당, 주점이 경영난으로 폐업하거나 영업시간이 줄어들며 업소용 주류 소비량이 감소한 영향이다.

연말을 앞두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중단되며 ‘12월 특수’도 없어졌다. 유준용 서울주류협회장은 “평소 12월 매출은 평월 대비 150% 실적이 나온다”며 “연말 장사로 이듬해 3월까지 먹고 산다고 할 정도인데, 갑자기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연말 특수도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혼술’ 트렌드도 악재
코로나19로 급격히 퍼진 혼술·홈술 트렌드도 업소용 주류도매업계에는 악재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당과 주점의 업소용 주류 소비가 가정용 주류 소비로 옮겨간 것이다. 지역 슈퍼마켓, 마트 등에 가정용 주류를 팔 수 있는 면허와 식당 등에 업소용 주류를 팔 수 있는 면허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로 구분된다. 억눌린 주류 소비가 마트와 편의점 등으로 옮겨가면서 업소용 주류 도매업체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 이전 전체 주류 소비의 40%에 그치던 가정용 주류 소비가 코로나19 이후 60%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송 인력도 이탈하고 있다. 배달 인력들이 주류도매업계를 떠나 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맞은 택배나 음식배달업계로 옮겨가는 것이다. 마포구에서 주류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김 대표는 “택배나 음식배달업계의 대우가 좋아지면서 이직하는 젊은 인력이 많다”며 “판매사원과 배달 기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주류도매업계는 자영업자 영업 제한 조치로 함께 타격을 받았지만, 정부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직접적인 영업 제한을 받지 않았고, 매출 규모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유 협회장은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2년 가까운 영업 제한을 감내하고 있다”며 “서울지역 150여 개 회사 중 월매출 3억원 미만의 영세 사업자도 30%에 달해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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