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놓고 삼성전자와 다퉜던 중국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던 끝에 갤럭시Z플립을 빼닮은 클램셸(조개 껍데기) 형태 폴더블폰을 내놨다. 당초 ‘메이트V’로 알려졌지만 휴대성을 강조한 명칭 ‘P50 포켓’으로 공식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위아래로 접을 수 있으며, 꼭 접힌 폰을 열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게끔 커버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점 등이 갤럭시Z플립과 흡사하다. 갤럭시Z플립3의 커버 디스플레이가 직사각형인 데 반해 P50 포켓은 원형이라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다.
패션잡지 하퍼스바자 차이나는 17일 웨이보를 통해 P50 포켓 화보를 공개했다. 여성 모델이 폴더블폰을 접은 상태에서 셀피(셀프카메라) 촬영을 하며 커버 디스플레이를 ‘뷰 파인더’로 쓰는 사진 구도까지 갤럭시Z플립3와 유사하다.
화웨이가 갤럭시Z 시리즈를 사실상 베꼈다는 지적은 앞서도 제기됐다. 올 2월엔 양옆으로 접는 갤럭시Z폴드를 똑 닮은 메이트X2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격세지감마저 느껴지는 화웨이의 몰락이다. 화웨이는 2년 전만 해도 인폴딩(안으로 접는) 방식 갤럭시폴드와 라이벌 격인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의 메이트X를 선보이며 폴더블폰 선점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외부 충격, 온도 등에 대해 취약한 내구성 문제로 후속작 격인 메이트X2는 인폴딩 방식을 따라왔다.
갤럭시Z 시리즈가 사실상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을 장악하자 모방자로 전락해 유사한 형태의 폴더블폰을 뒤따라 내놓고 있는 상황. 업계는 미국 정부 제재로 고전하는 화웨이가 80% 이상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삼성전자 따라하기에 매달리는 것으로 관측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은 “화웨이가 삼성 폴더블폰에 영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독창성을 포기하고 올 초에도 갤럭시Z폴드 디자인을 모방했기 때문에 갤럭시Z플립을 따라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비교적 저렴하고 일반 스마트폰과 사용자환경(UI)이 유사한 클램셸 형태 폴더블폰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올 8월 출시된 갤럭시Z플립3는 3분기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점유율 60%로 1위를 달렸다.
다만 지금은 삼성전자가 기술력 격차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화웨이에다 최근 폴더블폰 ‘오포 파인드 엔’을 공개한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폰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친다면 향후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