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의 줄다리기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EY한영회계법인 중 누구의 승리로 끝날까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인수합병(M&A) 본계약 체결이 100억원의 의견 차이 때문에 발목잡힌 상황인데요, 쌍용차는 안전하게 회생의 길로 갈 수 있을까요? 회생 딜에서 가격 협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를 제치고 티맥스소프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의 '성공 비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지난 2주 간 화제가 됐던 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1. 산 넘고 물 건너…쌍용차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넘을 수 있을까여러번 주인이 바뀐 쌍용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던 분들 많을 겁니다. 특히 쌍용차 임직원들과 그의 가족들은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컸겠죠. 실제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의 전기차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할 뿐더러 재무적 투자자(FI)로 합류한 키스톤PE, KCGI도 자금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딜은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측이 정밀실사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부실이 추가로 발견돼 가격을 깎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겁니다. 이를 놓고 인수합병(M&A)업계에선 "회생 딜에서 추가 부실이 있다고 가격을 깎는 경우는 없다", "KDB산업은행의 부정적 발표가 부담돼 가격이라도 싸게 사겠다는 것 아니냐", "진짜 살 생각이 있긴 한 거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구조조정 딜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가격을 깎아달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A 전문가는 "회생 딜은 장부가액으로 사는 게 아니고 청산가치로 사는 건데, 회생법원의 조사위원이 최소한 청산가치를 계산해서 최대 50억원까지만 낮춰줄 순 있겠지만 '조정 가능한 최대 금액(155억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없는 것이다. 그 이상으로 낮추면 청산가치가 보장이 안 돼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이미 MOU(양해각서)까지 작성한 걸 정밀실사 단계에서 깎아달라고 하는 회생 딜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B 전문가는 "회생 딜에서 우협 대상자가 정밀실사를 맡긴 회계법인으로부터 추가 부실을 발견했다는 얘길 듣고 수백 억원을 깎아달라고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쌍용차가 자산 1조원짜리 기업인데, 장부가액에서 부실이 1000억이 발생했다고 9000억에 살 거라는 주장을 하는 건가? 그럼 회생 딜을 깨고 경매로 가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에디슨모터스가 인수할 의지가 없어진 건 아닙니다. 에디슨모터스측은 "인수의지엔 변함이 없고 인수금액 조정을 요청한 이유는 추후 운전자금에 더 많이 투입해 제대로 쌍용차 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양측이 극적으로 협상에 성공해 본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55억원(인수대금 3100억원의 5%)을 깎아달라는 에디슨모터스측과 청산가치 보장을 위한 최대 인하 한도는 50억원이라고 주장하는 EY한영회계법인(매각주관사)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회생 딜이 깨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쌍용차는 경매로 넘어가게 돼서 최소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자산을 경매에 부치게 될 겁니다. 당연히 임직원들의 고용 보장은 어려울 테고요. 이 경우 에디슨모터스측은 "욕 먹을 각오"(한 M&A 전문가)를 해야겠죠. 그런 상황을 에디슨모터스도 바라진 않을 겁니다.
대출을 둘러싼 기싸움도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FI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KCGI측은 "이미 목표금액의 두 배 이상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과 달리,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한계 상황부터 개척해야 하는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는 솔직히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산은이 대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산은의 추가 지원을 기대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출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인수 절차가 본격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출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나섰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M&A업계에선 산은이 갖는 입지와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해석합니다. 쌍용차 평택 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에디슨 입장에선 산은의 불쾌감 표출이 다른 증권사, 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대출받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양쪽은 막판까지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빚만 늘어나는 쌍용차는 100억원의 갭을 깨고 정상화될 수 있을지 관심을 계속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2. 티맥스소프트 인수전에서 본 M&A 성공의 법칙자금력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MBK파트너스,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베스핀글로벌 등 쟁쟁한 경쟁사를 다 제쳤죠. 지난주 M&A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은 티맥스소프트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가 선정됐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도대체 인수금액을 얼마로 제시한 건가", "금액은 적게 쓰고 조건을 잘 쓴 것 아닌가" 등 무수한 소문이 돌기도 했죠.
이에 대해 스카이레이크측은 명료한 답을 내놨습니다. "셀러가 뭘 원하는지를 알면 된다"는 겁니다. 딜은 쌍방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원하는 걸 주면 내가 원하는 걸 받아낼 수 있다는 아주 간단 명료한 '팩트'를 짚은 겁니다. 물론 비밀유지조항(NDR)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스카이레이크가 이번 딜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가격(어떤 딜이든 최우선 조건!), 둘째는 경쟁사와 관련이 있느냐, 셋째는 추후 현 경영진에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느냐.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숏리스트(적격후보) 네 곳 중 맥쿼리자산운용은 '자격미달'이라고 할 수 있었죠. 스스로 인수를 포기한 것도 맥쿼리가 투자한 LG CNS가 티맥스소프트의 경쟁사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후보였던 베스핀글로벌은 일단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데다 2, 3번도 M&A 경험이 많지 않아 유리하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럼 MBK파트너스는 어떨까요? 당연히 자금력이 풍부하고 정보기술(IT) 투자 경험도 많아 사업 시너지 등 여러 조건 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해석이 많았는데요, M&A업계에 알려진 바로는 스카이레이크와 큰 차이가 나는 '적은 금액'을 냈다고 합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7000억원대를 쓰고 스카이레이크가 8000억원 중반대를 써서 실제로는 1000억 가량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가격뿐 아니라 조건에서도 스카이레이크가 큰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IB업계에서는 "지난해 두산솔루스 인수 때도 그렇고 스카이레이크는 상대측이 가려운 곳을 콕 짚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데 선수"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구체적 조건을 밝히진 않았지만, 예를 들자면 매도측이 추후에 원할 경우 다시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여지를 둔다든지, 경영개선 과정에서 현 경영진의 영향력을 보장해준다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겁니다.
정리하자면, 매도측이 만족해할 만한 금액(박대연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8000억원 이상을 희망했다고 합니다)을 제시했고 경쟁사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매도측의 입장까지 반영한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 성공적이었던 셈이죠.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한 IB업계 관계자는 "딜 클로징이 원만하고 확실하게 될 수 있는 후보여서 우협에 선정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원칙을 적용한다면(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경쟁이 치열한 딜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