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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비만 매달 수십억…퇴물로 전락한 ‘하늘 위의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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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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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버스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세계 최대 여객기 A380 기종의 생산을 종료했다. 당초 에어버스는 A380을 1000기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4분의 1 수준인 250여 기 생산에 그쳤다. 한국에서도 대형항공사(FSC) 대한항공(10대)와 아시아나항공(6대)이 A380을 보유하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두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이날 독일 함부르크에서 중동 최대 규모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에 마지막 A380 여객기를 인도했다.

    해당 여객기는 A380의 최대 고객이던 에미레이트항공에 전달된 123번째 A380 여객기였다. 마지막 A380은 함부르크 상공을 한 바퀴 선회한 후 걸프 지역을 향해 날아갔다.

    마지막 A380 여객기 인도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이 강화된데다 에어버스가 최근 중소형기의 친환경적 이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5년 A380을 처음 선보인 당시 에어버스가 유럽 지도자를 초청해 대대적인 쇼를 연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에어버스를 대표하는 초대형 여객기인 A380은 2개층의 공간을 갖춰 통상 승객 500여 명, 많게는 800여 명까지 태울 수 있다. 비행기 내에 샤워 시설과 라운지, 면세점까지 갖춘 A380은 ‘하늘을 나는 호텔’이라는 별칭을 얻어 주목을 받았으나 당초 기대 만큼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A380은 항공여행 수요가 급증하던 1990년대에 중국 시장 성장 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그러나 2007년 취항 후 얼마지나지 않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덮쳤고, 자유여행(FIT) 중심 여행 패턴 변화로 실효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과거 허브공항(거점공항)을 거쳐 최종 목적지로 환승하는 여행 패턴의 경우 초대형 여객기도 좌석을 채워 수익성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직항 노선에서 활약하는 중·소형기가 각광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덩치가 큰 만큼 대형 터미널을 갖춘 공항만 운항이 가능해 활로도 제한적이었다. 이에 에어버스는 2019년 A380의 단종을 결정하게 됐다.


    국내 대형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총 16대(대한항공 10대·아시아나항공 6대)의 A380은 현재 모두 땅에 발이 묶여 있다. 코로나19 탓이다. 장거리 노선인 미국, 유럽 지역에 투입됐던 A380은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어져버렸다.

    양사가 A380을 내세워 목적지 없이 비행하다 되돌아오는 가상 출국여행인 '관광비행'을 운영하기도 했지만그마저도 멈춘 상태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한시적으로 관광비행 상품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A380은 매달 대당 수십억원의 금융리스료 비용이 나가면서 항공사의 '골칫덩이'가 된 상태다. 게다가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A380 기종 조종사의 자격 유지를 위해선 정기적인 운항이 필요하다. 한때 아시아나항공이 A380을 빈 비행기로 운항한 이유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더라도 A380은 점차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8월 글로벌 항공전문지 플라이트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보유 중인 A380 운항을 5년 내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조 회장은 당시 “A380을 5년 내 기단에서 퇴출하고, (보잉의 초대형 여객기) B747-8i도 10년 내 퇴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할 예정인 만큼 해당 항공사 소속 A380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과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에도 2014년 A380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도 A380 운항을 중단하고 중형기로 기단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A380의 마지막 고객이자 123기를 보유한 최대 고객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초대형 여객기가 승객을 끄는 매력을 믿는 모습이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 항공 사장은 최근 "여전히 A380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객들은 A380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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