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를 자랑합니다.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AI 원칙’을 실현할 중요 국가입니다.”
장 필립 쿠르투아 마이크로소프트(MS) 수석부사장(61·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인간 대 기계라는 대척점에서 벗어나, 인간의 재능·창의성·공감 능력이 결합될 때 의미가 있다”며 “한국이 데이터 활용도를 늘린다면 인간과 공존하는 AI를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S에서 38년째 일하고 있는 쿠르투아 수석부사장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사장, 인터내셔널 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글로벌 전략 전문가다. 올해부터는 국가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국가 전환 파트너십’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오는 16일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마련한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AI정책’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쿠르투아 수석부사장은 ‘잠자는 데이터’가 AI의 잠재력을 가로막는다고 진단했다. “기업 90%가 데이터를 쌓아만 놓고 있으며, 그나마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데이터 비중은 1%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데이터 주권’ 개념이 보호주의적 형태로 확산된 점도 변수다. 데이터 주권은 신체나 재산 권리처럼 데이터 생산자가 사용 권한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는 “데이터 주권 본질이 호도돼 데이터 협업을 막고 있다”며 “기술을 안전하고도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과 기업, 기업과 국가, 국가와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MS가 ‘데이터 협업 5대 원칙’을 세우고 클라우드를 통해 확산에 나선 것도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MS는 최근 산업 데이터 보안·개인 정보 보호·개방성·가용성·인재 역량 강화 등 다섯 가지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했다. 한국에선 2019년부터 ‘한국형 클라우드와 AI 활성화를 위한 포괄적 플랜’을 발표해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의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유도하고, 디지털 생태계의 진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한국에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생태계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MS가 올해 협력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의료 AI 기업 루닛과 함께 개발한 AI 기반 폐 질환·유방암 진단 솔루션은 쿠르투아 수석부사장이 꼽은 주요 성공 사례다. 서울 주요 대형 병원 다섯 곳 중 네 곳엔 MS ‘애저 클라우드’를 지원해 현장형 협업을 늘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는 AI 인재 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대구시와 ‘대구 AI 스쿨 사업’을 추진해 지역 청년을 교육하고 있다. 쿠르투아 수석부사장은 “AI와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인재는 ‘확보’가 아니라 ‘양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의 초·중·고부터 연구소·공공기관·기업까지 협력을 늘려 새로운 AI 기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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