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계도 기간이 끝나고 본격 적용에 들어간 13일. 1주일간의 계도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QR코드 사용이 집중된 점심시간에는 전자예방접종증명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결과 상당수 식당이 손님들을 돌려보내거나, QR코드 확인 없이 입장시키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방역패스를 밀어붙이더니 결국 사고를 냈다”며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실행된 탁상행정에 언제까지 피해를 감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첫날부터 증명시스템 ‘오류’
이날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에 접속 장애가 발생한 건 오전 11시40분 무렵부터였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백신접종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앱에서도 QR코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이 여파로 상당수 손님이 QR코드 인증에 실패해 발길을 돌리는 등 식당 영업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경기 시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선주 씨(46)는 ‘인증대란’을 피하기 위해 QR 체크 기계 세 대를 마련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점심시간대 식당을 찾은 손님 중 3분의 1은 되돌아간 것 같다”며 “오후 12~1시 식당 입구에서 20~30명의 손님들이 추운 날씨에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의무 적용시설에서 QR 체크 없이 입장하면 이용자는 과태료 10만원, 운영자는 과태료 150만원과 1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수기명부 사용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QR코드 먹통’ 사태가 터지자 인증 없이 입장하거나, 수기명부로 대체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모씨(28)는 “점심시간에 헬스장을 갔다가 네이버와 카카오 인증이 안 돼 입구 앞에서 10분간 대기하고 있었다”며 “기다려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직원이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냐”는 업주들
자영업자들은 방역패스 의무화로 인한 업무 과중, 인건비 부담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씨는 “어르신이나 술 드신 분들 중에 QR코드를 생성할 줄 모른다며 막무가내로 인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 한 명을 추가 고용해 QR 인증만 전담시켰다”고 말했다.방역패스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게 업주들의 주장이다. 대기 인원이 많아질 경우 현실적으로 인증 없이 입장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성수동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이모씨(33)는 “식당 입구마다 사람들이 웅성대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인증 대란’이 벌어져 있었다”며 “직원이 처음에는 접종 확인이 되는 사람만 앉힌다며 꼼꼼히 확인했는데, 줄이 30명 정도로 길어지자 그냥 들여보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90만 명 규모의 네이버 카페에는 “연말이라 가뜩이나 바쁜데 방역패스 때문에 혹이 늘었다” “인증을 위해 필요한 기계값 지원도 안 해주면서 과태료만 내라는 게 말이 되나”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방역패스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5만여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혼란
당국의 주먹구구식 방역으로 현장이 극도의 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내릴 당시 대다수 식당은 구청의 지침을 전달받지 못해 이전처럼 손님을 받았다.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당초 거리두기 방역 대책을 1, 2, 3단계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1.5단계와 2.5단계를 고무줄처럼 추가해 다섯 단계로 나눴다.
지난 11월에는 ‘거리두기+α’ 안까지 내놨다. 이를 통해 실내체육시설 중 ‘격렬한 GX(집단운동)류’ 시설만 따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음악학원에선 피아노학원의 영업을 허용하고, 관악기·노래학원은 금지했다. 같은 업종과 같은 지역에서도 영업 시간, 수용 인원 등이 제각각이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번에 도입한 방역패스를 두고도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교회, 백화점 등은 그대로 두고 실내체육시설 등 특정 업종에만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다.
최다은/양길성/장강호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