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정책 대결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하지만 정책 경쟁이라는 게 속된 말로 재미는 없다. 화끈하지도 않고 ‘바람몰이’에 그다지 도움도 안 된다. 정책 분석과 비교가 뒤로 밀려 선거전이 가볍고 저급해지는 데는 언론과 유권자 책임도 크다. 그럼에도 정책선거는 선진사회를 위해 가야 할 길이다. 여야 후보들이 내키지 않아도 정책선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집권 여당 이재명 후보가 이 문제에선 보다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 그의 발언과 공약을 보면서 의문을 표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강한 어조로 본인이 직접 말해온 주요 공약을 뒤집는 듯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논란을 부른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같은 핵심 공약을 놓고 말이 왔다갔다 하는 게 그렇다. “국민이 원치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철회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삼성경제연구소를 방문해선 삼성에 언급을 권유한 것을 보면 여전히 그의 관심사인 게 분명하다.
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와 비교하며 국토보유세를 공약으로 내면서 국민 편가르기를 한다는 호된 비판도 받았다. 기본소득에 대해 국민 65%가 반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공약의 치명적 문제점을 확인해 스스로 철회한다면 의미 있는 노선변경이다. 더구나 그는 출마의 변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을 구호처럼 내세웠고, 그런 차원에서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 같은 모험적인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온 터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모호한 화법으로 보류 혹은 철회를 시사하니 하나의 전략인지, 반대여론을 어물쩍 넘기려는 의도인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그는 최근 들어 ‘경제성장’을 자주 외치고 있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제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진심이 뭔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짜 하겠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유권자의 의구심이 당연하다. 경제관(觀)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밝히는 게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경우는 다소 다르지만, 야당에서도 우려스런 행태가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주 52시간 근무제 등에 대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게 그렇다. 경제 현안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코로나 보상 50조원 지급’ 공약을 보면 팽창 재정과 급증한 국가채무에 대한 정립된 재정관이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이 당이 내세워온 정강과 어긋나는 공약이 나올 공산이 크다.
여야를 떠나 표만 의식한 채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 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다른 군소후보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치는 희화화되고, 민주주의의 보루인 선거까지 냉소받게 된다. 정치는 철학·가치를 팔고, 선거는 유권자와 정책을 약속하는 과정 아닌가. 이제라도 공약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 책임정치에 적극 나서길 당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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