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교통 문화는 한국과 상당히 다르다. 처음 온 사람이 특히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은 횡단보도에 행인들이 있어도 차들이 비집고 들어온다는 점, 사거리 교차로에 비보호 좌회전이 상당히 많고, 좌회전하려는 차량들이 반대편에서 오는 직진 차량들을 가로막으면서 좌회전을 시도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차가 사람에 우선한다', '법규보다는 상황에 맞춰 운전해야 한다' 등의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중국은 자율주행기술 개발 업체들이 기술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자율주행 테스트 장소로 중국 대도시를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이런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25일부터 바이두와 포니ai가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이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이며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포니ai는 도요타자동차 등의 투자를 유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바이두는 중국 5대 도시에서 '뤄보콰이파오'라는 브랜드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해왔다. 당국의 허가를 받고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기술 수준이 올라왔다는 의미다.
지난 2일 실제로 타본 바이두의 로보택시는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식 비보호 좌회전을 무리없이 해내는 모습은 거의 사람 수준이었다. 좌회전 신호가 없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할 때였다.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자 로보택시가 슬금슬금 앞으로 나갔다. 맞은 편에서 신호를 대기하던 직진 차량들이 출발했지만 속도가 높지 않았다. 그걸 간파한 로보택시가 급가속을 하더니 직진 차량들을 가로막으면서 좌회전에 성공했다.
우회전할 때도 중국 운전자들과 비슷했다. 우회전하기 전후 횡단보도에 보행자들이 있었음에도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경로를 만들어 냈다.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량들의 위치와 속도를 감지해 차선을 변경하거나 앞 차를 추월하는 작업도 무리없이 수행했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중국은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베이징 남동부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처음 시작했다. 면적 60㎢로 서울시(605㎢)의 10분의 1 정도 되는 상당히 넓은 지역이다. 바이두가 67대, 포니ai가 33대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께까지 운행한다. 승하차 지점은 200여곳으로 제한돼 있다.
바이두의 자율주행택시 브랜드인 '뤄보콰이파오'에서 뤄보는 한국말로 무, 콰이파오는 빠르게 달린다는 뜻이다. 먹는 무를 이름에 쓴 것은 뤄보라는 발음이 로보택시의 로보(robo)와 비슷해서라고 한다.
뤄보콰이파오를 이용하려면 같은 이름의 앱(응용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깔아서 호출하면 된다. 탑승지와 목적지, 탑승자 정보 등을 기입하면 차량을 호출하고, 스마트폰에서 어떤 차량이 어느 경로로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차량에 탑승해 운전석과 조수석 머리 부분 뒤쪽에 설치된 태블릿에 휴대폰 뒷번호를 넣고 '출발'을 누르면 로보택시가 스스로 출발한다. 운전석에는 안전요원이 타고 있지만 조작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현재는 할인 기간이어서 40위안 내야 할 거리를 2위안만 내고 탈 수 있었다.
동승한 안전요원 양모 씨는 "처음에 호기심에 한두 번 타봤던 손님들이 안전성을 확인한데다 가격도 저렴하다면서 이용을 늘리고 있어서 하루 종일 쉬는 시간 없이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빨간불에서 대기하다가 파란불로 바뀔 때나, 앞 차량을 추월해야 할 때면 가속 페달을 너무 세게 밟아서 몸위 뒤로 쏠리는 느낌도 있었다. 또 우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변에 불법주차된 차들이 많으면 그 차들 뒤로 가서 우회전 대기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안전요원이 잠깐 수동모드로 바꿔서 대신 운전하면서 복잡한 구간을 벗어났다.
차량 가격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바이두의 로보택시는 대당 수천만원씩 하는 고가 장비인 라이더(레이저를 활용한 레이더)를 장착하는 등 대당 제작비가 3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 있다.
바이두는 중국에서 검색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AI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스스로를 'AI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바이두는 올 초에 중국 민영 완성차업체 1위인 지리자동차와 함께 스마트카 회사인 '지두자동차'도 설립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연간 3000만대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각각 신생 전기차업체 웨이라이(NIO)와 샤오펑의 2대주주이며 관련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화웨이는 베이징차, 광저우차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올해에만 자율주행기술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