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 사이에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추진하던 종전선언뿐 아니라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모호성’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묻는 질문에 “현시점에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며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아직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하면 동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국제사회의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8일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힌 이후 커지고 있다. 호주 정부가 적극 검토 중이며 미국과 첩보동맹인 ‘파이브아이즈’,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 등에 참가한 영국·캐나다·뉴질랜드도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올림픽을 종전선언의 계기로 삼으려던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정지한 마당에 미국의 참여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중 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의 명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동맹국들의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며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는 중국은 한국 참여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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